문학과 미술의 융합, 그 어울림의 미학
문학과 미술의 융합, 그 어울림의 미학
  • 안재동
  • 승인 2009.08.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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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필학회장 윤재천의 『그림과 시가 있는 수필』
▲ 윤재천 수필가     ©독서신문
예술의 범주 중 음악분야에 트로트, 팝송, 가곡 등이 있고 미술분야에 수채화, 유화 등이 있는 것처럼 문학분야에도 시, 수필, 소설, 희곡, 문학평론 등 장르가 다양하다. 그 장르별 영역과 개성 또한 문인들 세계에서는 예로부터 차별화가 큰 것이 사실이다.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는 데 있어서도 시면 시, 수필이면 수필, 소설이면 소설 등 장르별로 지면이 편성되고, 통상 해당 장르로 등단한 작가라야 해당 지면에 작품이 게재될 수 있는 배려가 편집자로부터 주어진다. 문학단체들 또한 그런 식으로 구성되며 활성화되고 있다.

윤재천 수필가. 그는 중앙대 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수필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내 유력 수필전문지인 계간 《현대수필》 발행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수필 이론서로 『수필문학론』, 『수필작품론』, 『현대수필작가론』, 『운정의 수필론』  외 다수, 수필집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에』, 『청바지와 나』, 『구름카페』 외 다수를 상재했으며, 한국수필문학상, 올해의 수필가상, 한국문학상 외 다수의 큰 상까지 수상한, 이론과 실제(창작) 양면의 전형적 수필가에 해당한다.

그런 그가 ‘그림에 시와 수필’이 어우러졌다고 할까 ‘시와 수필에 그림’이 어우러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미술과 문학이 보기 좋게 잘 어우러진 책을 펴내 독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림과 시가 있는 수필』(문학관books 刊)이 바로 그 책. 시, 수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문인들이 쓴 수필에 컬러판 그림을 곁들였다. 요즘 흔한 ‘시화(詩畵)’의 개념으로 여겨도 좋을 듯하다. 이에 대해 윤재천 수필가는 “지금은 서로 다른 장르가 융합해 새로움을 창조하지 않으면, 존립이 어렵다. 예술분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시야에 드러나는 새로움으로 상대를 매혹시키지 못하면 도태되고 장르 개념도 해체하게 된다. 퓨전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융합으로 문예예술의 전면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영지(領地)를 확보할 목적으로 모색된 것이, ‘그림과 시가 있는 수필’이다”라고 그 취지를 책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에는 시인(강은교, 김남조, 문효치, 오세영, 정호승, 황금찬 외)과 수필가(강범우, 고동주, 김학, 유혜자, 정목일, 한상렬 외), 아동문학가(김종상, 엄기원 외), 소설가(박완서, 이호철 외), 문학평론가(김우종, 조병무 외) 등 각 장르별 대표급 문인 121인의 수화(隨畵)에세이 121편이 담겼다.

윤재천 수필가는 책 머리말에서 “사람에 따라서는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 순수의 극치를 유지하는 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전근대적인 사고가 오늘의 현실과 같은 무반응의 시대를 연출케 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상생(相生)을 실천하는 길이 된다”라고 이 책의 기획의도 내지 출간의의를 덧붙이고 있다.

이 책 속의 각 작품에 그림을 어우른 이는 성춘복 시인이다. 시인이 그린 그림(작품 일부를 육필로 가미)이어서 그런지 문학적 운치는 물론 신비감과 상상력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그림과 문학의 성공적 융화요 멋진 조화(調和)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하다. 인쇄술이 좋아 그런지 그림이 선명하고 컬러도 원색이다. 전체적으로, 독자의 감성을 발흥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윤 수필가는 이 책 외에도 수화(隨畵)집, 즉 수필과 그림으로 엮은 책을 세 권이나 더 낸 바 있다. 개인 저서로 (수화에세이)『또 하나의 신화』, (수화에세이)『바람은 떠남이다』, (수화도록)『떠남에서 신화로』 등이 그것이다. 그밖에도 현대수필문인회에서 펴낸 수화(隨畵)에세이집 『구름카페에서 수필읽기』에 축사와 (초대)수필을 올렸는가 하면, 그가 발행하는 계간 《현대수필》 근간호(2009년 여름, 가을)에 특집으로 「그림과 시가 있는 수필」코너를 편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의 ‘수화(隨畵)의 세계’는 그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시화(詩畵)’, ‘시화집(詩畵集)’, ‘시화전(詩畵展)’과 같은 말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기까지 한 용어 ‘수화(隨畵)’. 살펴보니 아래한글의 한자단어 찾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으며 다음포털이나 네이버포털의 인터넷 국어사전에서도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 ‘수화(隨畵)’ 란 용어를 그는 계속 제시하며 일반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 문단과 독자에게 신선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윤재천 수필가를 ‘수화(隨畵)의 선구자’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 안재동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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