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공동상담소에서 인지치료와 정신분석치료를 받는 날이기도 했다. 간호조무사 두 명이 참관하고 사회보호사가 원을 그리고 앉아 있는 환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개는 개인들의 과거와 아픔을 드러내면 사회보호사가 설명하거나 캐묻는 식으로 묻곤 한다.성안드레아 정신병원의 사층에 있는 공동상담소로 지명 된 여섯 명의 환자들이 들어섰다. 여섯 명 중에 최가람과 최다솜이 포함되어 있다.
공동상담소 안은 의자 여섯 개와 형광등 불빛, 흰색 페인트로 칠해 놓은 벽면이 전부이었다. 여섯 명 모두 의자에 앉자 덩치가 우람한 간호조무사 둘이 출입구에 버티고 서 있다. 사회보호사는 차트를 훑어보며 환자들과 눈을 맞추려 하였지만 환자들 모두 사회보호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긁적이는 노인과 허리를 흔들며 기도 주문을 외는 소년, 침묵으로 일관하는 남자, 거울을 보는 최다솜,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는 최가람, 뿔테 안경을 낀 소심한 남자들, 사회복지사는 환자들의 엉뚱한 짓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꼼꼼히 차트의 내용들을 훑어보았다. 사회보호사는 환자들의 상태와 기록사항들을 처음 살펴보는 듯 숙지하며 엄숙하였다.
사회보호사는 헛기침을 두 번 내 뱉고 가느다란 안경을 고쳐 쓰며 콧날을 날카롭게 세웠다. 환자들의 중앙으로 발길을 옮기자 환자들 모두 사회보호사의 날카로운 눈빛을 조심스럽게 훔치었다.
환자들은 흰색에 겁을 먹고 있는 듯 보였다. 다림질로 칼날처럼 날이 선 간호사의 제복이나 사회보호사의 흰색 제복은 압력과도 같은 표식처럼 여겨졌다. 최가람도 제복을 입은 두 간호조무사나 사회복지사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이었다.
마른 버즘을 긁적이던 노인이 벌떡 일어나 사회복지사의 짧은 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한 쪽에서는 박수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정상인이여. 나를 성안드레아 정신병원에서 내 보내달란 말이야. 자식 놈들이 부양을 하기 어려우니까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야. 당신도 알잖아. 내가 정상인이라는 거. 이곳에 있으니까 더 바보 되고 멍청이가 되는 것 같아.」
사회보호사는 자신의 목을 움켜잡은 노인의 손목을 가볍게 비틀었다.
- 다음호에 계속 -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