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걸음 내딛다
반걸음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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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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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세상과 마주하는 잔잔한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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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강인해기자 =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사람들이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참 다양한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이성이든 동성이든 누군가와의 새로운 만남을 추진하고, 어떤 사람은 소식이 끊긴 옛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 안부를 묻는다. 또 다른 사람은 앞의 사람들과 달리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에 더 열중하고, tv나 책, 인터넷 등과 소통하곤 한다.

사실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든 예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겠다. 하지만 외로움이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예를 든, 사람이 아닌 것과 소통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외로움을 치유할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근본적인 치유는 어렵기 마찬가지다. 각자의 생활이 너무 바쁘고, 일주일에 단 한 끼도 모두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기 힘든 현실이다. 게다가 온 가족이 다 모이게 되더라도 엄마는 주방, 아빠는 거실 tv 앞, 아이들은 각자의 방 이라는 은신처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도 대화와 소통의 단절로 인해 외로움과 고독을 배워가고 있다.

은이정 작가의 『반걸음 내딛다』의 주인공 희영이는 가정 안에서 소통 부재에 길들여져 기댈 곳을 잃어버린 아이로 등장한다. 늘 혼자다. 제 둘레에 문도 없는 벽을 만들고 달팽이처럼 몸을 만 채 밖으로 나가길 거부한다. 혼자 책을 보거나 꽃을 감상하는 것이 전부다.

이것은 희영이가 세상을 견뎌내는 방식처럼 보이나 어찌 보면 얼굴도 평범하고 공부도 중간이고 노래도 춤도 잘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용기가 없을 수도 있고, 대화가 끊긴 가정에서 항상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희영이는 “가슴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불안이 자꾸 튕겨져 올라왔다. 자물쇠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 꿈틀대는 불안을 지그시 누르면서 지루하게 이어지는 텔레비전 프로를 보았다”고 독백한다.

소통이 단절된 만큼 스스로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희영이. 사실 초등학교 6학년의 아이가 하기엔 너무 깊고 아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희영이는 엄마의 중학생 때 일기장과 재준이라는 소년을 만난다. 30년 전 엄마의 일기장에는 삶에 지쳐있는 지금과는 너무 다른 당찬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고, 농구공을 튕기며 자신의 마음속에 노크하는 재준의 모습에서는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은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희영이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고 서서히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간다.

1주일에 한 번씩 이야기 나누기 위해 만나는 사람이 있다. 공부를 위해 우연히 만났지만 지금은 공부보다도 1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깨달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기 위해 만난다. 내용은 거창하지도, 깊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여 동안의 만남을 통해 서로는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됐고, 스스로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까운 사이가 됐다.

만약 혼자라 외롭다면 먼저 다가가길 권한다. 외로움을 덜어내고, 주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도 아닌 반걸음 먼저 내딛는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 반걸음 내딛다
은이정 지음 / 안희건 그림 / 문학동네 펴냄 / 220쪽 / 9,800원
 
toward2030@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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