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 그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
손짓, 그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
  • 독서신문
  • 승인 2009.07.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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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손짓으로 무슨 말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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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그녀는 첫 인도 여행에서 얼굴이 까맣고 키가 작은 인력거꾼을 만났다. ‘코노트 플레이스!’라고 외친 그녀의 요구에 그는 ‘예스’라고 답한 뒤 엉뚱하게도 다시 ‘실크숍’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목적지로가는 길에 잠시 실크 가게를 들러 가자는 뜻이었다. 그곳에 관광객을 이끌고 가면 일부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는 것인데 그녀는 단박에 ‘노’라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가 실크 가게 앞으로 그녀를 데리고 가는 것 아닌가? 결국 그와의 언쟁은 계속 불거졌고 점점 목소리가 커지자 사람들이 그들을 에워쌌다. 그 와중에 한 양복 차림의 중년신사가 그녀에게 다가가 싸우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가 인력거꾼의 양쪽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며 구둣발로 마구 짓이기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 말릴 수도 없던 그녀는 20년이 지난 지금 더욱 괴롭다. 왜냐하면 인력거꾼이 그토록 맞아야 했던 원인을 그녀가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예’와 ‘아니요’에 대한 의사표시가 우리나라와 반대다. ‘예’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고개를 가로 저으면 되고 ‘아니요’를 말하고 싶으면 고개를 끄덕이면 된다. 그녀가 그토록 세차게 고개를 여러 번 가로저었으니 인력거꾼은 그것을 ‘예’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 사례는 이 책을 저술한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이고 그녀가 서문에 써놓은 이야기다. 이를 통해 각 나라마다 분포한 손짓 언어가 그 의미하는 바가 어떻게 다르며 얼마나 다른지도 머릿속에 쉽게 각인이 됐으며, ‘세계화’라 불리는 이 시대에 그것을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것도 얼마큼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실제로 언어 이외의 눈짓이나 표정, 손짓 등의 몸동작을 통해서도 상당부분의 의견이 교환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입에서 나오는 언어보다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손짓 언어’는 나라 혹은 민족을 단위로 사회적으로 이루어진 암묵적인 약속이기에 타국에서 온 이방인이 그것을 너끈하게 소화해낼 방도는 없다. 다른 언어 사이에 통역가가 있듯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민족이 서로의 손짓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손짓 언어의 통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손짓 언어의 기원을 짚은 뒤 나라마다 제각각 다른 손짓 언어 동작의 사례를 알려주며 이처럼 민족마다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찰한다. 이를 통해 해외에 나가서 ‘손 실수’하지 말 것이며 그 나라의 문화를 미리 알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길 원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이처럼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은 국경 없는 지구촌을 맞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또한 평상시에 늘 사용하지만 그 중요성과 다양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던 손짓에 대해서도 우리들에게 신선한 시각과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이노미 지음 / 도서출판 바이북스 펴냄 / 345쪽 / 14,000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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