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
  • 관리자
  • 승인 2006.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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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신체적 탄생을 거쳐, 자아를 알게 되는 理性的 탄생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성은 ‘왜’라는 물음으로 옳고 그름, 바른 것과 올바르지 못한 것을 구분 하도록 명령하며, 우주, 생명, 진리, 도덕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오고 그 물음에 합당한 답을 해 주길 바란다. 감성은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을 받아들이는 감각의 작용이지만 오성悟性은 대상의 내용을 분석, 종합하는 이성의 작용에 의해서 가능해 진다. 이러한 이성이 올바르게 작동 하려면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대상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오성을 통한 이성이 갖추어지면 내가 설자리가 어디이며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느 길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철저한 자기반성으로부터 얻어진다. 반성은 반복이 가능하지만 참회는 반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성과 함께 참회를 할 때만이 우리는 올바른 자리가 어느 곳인지, 가야 할 길이 어는 길인지, 정확하게 분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어느 곳에서 와 어느 곳으로 가는지?’에 대한 물음의 시작이다. 이러한 물음을 할 수 있는 자만이 족립된 자존을 가지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류환作,『나의 길 나의 삶』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열망하고 있다. 우리를 이성적 인간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한 마디로 축약 할 수 있다. 책 속에 무슨 길이 있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분명 책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길과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느 길인가. 한 권의 책을 집어 들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自信 있게 말 할 수 있는 自身의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많은 책을 펼쳐놓고 앉아있는 이의 모습은 행복한 모습이다. 작가는 『성경』이라고 전해왔다. 가을에 성경과 마주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다음은 조선 중기 시인 백광훈(白光勳)의 「홍경사(弘慶寺)」란 작품이다.
  秋草前朝寺 전 왕조(고려) 때 세운 절에 가을 풀은 시들어가고.
  殘碑學士文 깨진 비석에, 학사의 글만 남았네.
  千年有流水 천년세월 흐르는 물과 같이 흘러갔고.
  落日見歸雲 해거름 되자 돌아가는 구름만 바라보네.
  가을 풀에 묻혀 버린 퇴락한 절에 깨진 비석(殘碑)이 을씨년스럽게 뒹굴고 있지만 비석에는 글이 남아있다. 세상사 다 변하지만 돌은 천년동안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석이 동강나 뒹굴지만 예전 이름난 학사의 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천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문장만은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허망한 것이 인생사이고 덧없이 흐르는 세월 아니던가. 천년을 흘러가는 물은 아직도 제자리를 흐르고 있다. 구름이 쉴 새 없이 모양을 바꾸며 정처 없이 떠돌듯 우리도 떠돌고 있으며, 덧없는 세월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견디기 힘들었던 지난여름의 무더위가 지니고 나니 풀들이 시들기 시작했다. 팔팔했던 푸르름이 시들듯 예전에 영화를 누렸던 절 또한 퇴락하고 말았다. 학사의 명문을 새긴 비석은 세월에 할퀴어 상처만 남았다. 글 쓴 사람은 이미 가고 없는데 글만은 아직까지 남아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인생은 무상한 것이라고 했나보다.
  인간도 결국 흙으로 돌아가고 만다. 류환作,『나의 길 나의 삶』은 머리를 깎고 머리를 어루만져 보지만 무상한 세월을 잡을 수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갈 길이 멀지만 차분하게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을엔 가져보자. 반성하고 참회하는 성찰은 책을 읽음으로 가능해진다. 성찰하는 시간이 끝나면 비석에 글을 남겨보자. 비록 천년 후 동강나 뒹굴지라도 의미 있게, 가치 있게 살았음의 증명이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것이 무상한 일일지라도.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면 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홍경사(弘慶寺); 고려 현종시 창건되어 천안시 성환읍 대흥리에 소재했던 절.
*홍경사비갈(碑碣); 국보 제7호이며 비문은 해동공자(海東孔子)최충(崔沖)이 찬(撰)하고 국자승(國子丞)백현례(白玄禮)의 서(書)와 전액(篆額)으로 되어 있다.
*전조(前朝); 고려.
*학사(學士); 최충(崔沖). 한림학사(翰林學士)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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