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알코올 중독 때문에 자신의 가정이 파괴되었다는 거야. 그리고 자신의 제자들이 있는데, 변호사, 감리사, 지방의 시의원도 있다며 자랑스럽게 내게 얘기했어. 그러면서 자신에게 잘 보이면 일자리나 한 몫을 두둑이 챙겨준다며 나를 꼬드기지 뭐야. 그래서 그 남자와 잤어. 그의 방에서……그 뒤 저 녀석은 나를 모른 채 하더라고. 너도 저 녀석이 접근해 오면 정조대를 차고 있다고 말해. 알았지.」그 남자는 두 팔을 오므린 채 한 쪽 손에는 마리오네트를 들고 뻣뻣한 다리로 슬금슬금 기어갔다. 그 남자가 최다솜에게 시선을 주기 위해서는 몸 전체를 조금씩 움직여 보아야 했다. 그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형광등 불빛처럼 번지자 최다솜은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는 로봇인형처럼 뻣뻣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다행이다. 저 남자는 네가 가슴이 세 개라서 너를 꼬드기지 못하는 거야.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가슴이 세 개인 여자와 상대를 안 해 봤으니.」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최다솜은 말했다.
「솔직히 말해도 돼. 나는 저 교수와 잠을 자고 싶어. 유혹하지 않아도 저 교수와 섹스를 하고 싶어. 나는 태어나서 줄곧 놀림과 무시와 외면만 받고 살았어. 남자와 자본일이 없다고.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내가 여자라는 것을 나 자신은 느끼고 싶어 해.」
최다솜은 그녀의 말에 의아해하며 놀란 표정이었다. 최가람을 그 남자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비밀까지 털어 놓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 후회의 감정도 해무와 같이 그녀의 가슴에 짙게 깔려있더니 삽시간에 사라졌다.
최다솜은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었다. 변화를 주는 것은 그녀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중요한 것은 최가람이 그 교수와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 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최가람의 어께에 팔을 사푼히 올려놓았다. 최가람은 자신의 몸이 그녀의 팔에 어색한 반응을 느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최가람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가는 보석가루가 붙어 있는 듯 반짝거렸다. 팔을 들어 최다솜의 한 쪽 가슴을 더듬거렸다. 그녀의 양쪽 가슴을 더듬거리는 데는 짧은 시간이 걸렸다. 그녀의 젖꼭지는 생기 있게 우뚝 솟아 있었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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