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합 독서토론동아리 『자운영』
대학연합 독서토론동아리 『자운영』
  • 관리자
  • 승인 2006.10.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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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다은의 독사⑨

 

  
47년 역사의 독서동아리
  올해로 47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학연합 독서토론동아리 <자운영>! 1959년 고등학생 농촌 봉사활동모임으로 출발하였으나 당시 회원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레 ymca 대학생 모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대학연합 독서토론 동아리로 거듭나게 된 것은 동아리의 목적이 ‘농촌 봉사’에서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앞선 선배들의 뜻을 이을 수 있는 방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동아리의 기질은 ‘자운영가’에서 엿볼 수 있다. <젊음의 기상으로 엮어진 마당/ 뜻으로 모여지고 두터운 정 나누어/메마른 대지 위에 거름이 되고/시대를 밝히우는 횃불되리라.>
  자운영은 반년을 한 회기로 하고, 정기적으로 매주 토요일 2시 종로 ymca 집회실에서 모임을 갖는다. 동아리를 이끄는 회장 박석준 씨(고려대 경영학)는 “대학생들이 전공이라는 좁은 우물 내에서 지식과 친구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대학연합이라는 보다 큰 물에서 학문과 인간애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운영 취지를 밝혔다. 부회장 김은경 (동덕여대 국문학), 연구부장 김지호 (서울대 물리학), 총무 이설윤 (세종대 기계학), 홍보부장 김남희(성신여대 미디어정보학), 편집부장 이선화(숙명여대 교육학), 서기 박미진(서울여대 사회사업학)이 임원진으로 자운영을 이끌어가고 있다. 

소설을 통해 사회를 바라본다
  자운영의 책 선정은 그해 회원들의 추천과 연구부장의 기획 아래 이루어진다. 최근 읽은 책으로는 카프카의 <변신>, 에밀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킬로만자로의 눈>,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장지오노으 <폴란드의 풍차>, 허버트 리드의 <도상과 사상>,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칸트의 <도덕형 이상학을 위한 기초놓기>, 손창섭의 <잉여인간>, 김동리의 <무녀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르네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의 진실>, 크누르 함순의 <굶주림>, 마렉 플라스코의 <제 8요일>, 염상섭의 <만세전>, 입센의 <인형의 집>등이다.
   얼마 전 다른 대학연합독서토론 동아리와 합동 토론이 있었는데, 자운영의 독서의 주류가 소설이라는 대해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소설류가 많은 것은 사회 정치적 문제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인간세계를 좀 더 깊숙하고 통찰력 있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홍부부장 김 남희 씨에 따르면 “정치와 사회를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 지금의 정치 사회만 뚫어져라 쳐다봐서는 안 된다. 유기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기체를 돋보기로도 망원경으로도 볼 줄 아는 조리개가 필요하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설을 논한다고 해서 사회 문제나 경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접근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뜻이다.
 가령,  크누르 함순의 <굶주림>을 읽으면서 “삶의 제약이면서도 저항의 대상”인 굶주림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크누르 함순의 <굶주림>에 나타난 가난뿐만 아니라 <죄와 벌>에 등장하는 가난의 성격도 비교 검토할 기회가 되었는데, 부회장 김은경 씨는 두 주인공의 공통점은 가난을 통해 “슬픔의 욕구”를 찾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존경하는 선생.....가난은 죄가 아니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저도 음주가 선행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진실이지요. 그러나 빌어먹어야 할 지경의 가난은, 존경하는 선생, 그런 <극빈>은 죄악입니다. 그저 가난하다면 타고난 고결한 성품을 그래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빈 상태에 이르면, 어느 누구도 결단코 그럴 수 없지요. 누군가가 극빈 상태에 이르면, 사람들은 그를 몽둥이로 쫓아내지도 않습니다. 아예 빗자루로 인간이라는 무리에서 쓸어내 버리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더 큰 모욕을 느끼라고 말입니다. 그건 잘 하는 일입니다. 극빈 상태에 이르면 인간은 자기가 먼저 자신을 모욕하려 드니까요. 그래서 술집이 있는 겁니다! ” <죄와 벌>

왜 나 같은 인간을 동정해야 하느냐고 말했나? 그래, 나를 동정할 까닭은 전혀 없어! 불쌍히 여길 것이 아니라 나 같은 놈은 십자가에 못을 박아도 시원치 않아. 십자가에 못을 박아야 해! 재판관들이여, 어서 못을 박으란 말이다. 그러나 십자가에 못을 박고 난 다음에는 나를 불쌍히 여겨 주게! 그런다면 내가 자진해서 너희들에게 못을 박히러 오지. 왜냐하면 나는 즐거움에 목마르지 않고, 슬픔과 눈물에 목마르니까! 이봐, 주인장, 네놈은 이 보드카 반병이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하나? 내가 이 병 속에서 찾은 것은 슬픔, 슬픔이었어. 슬픔과 눈물이었단 말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찾아서 맛보았단 말이다    <굶주림>

  김 씨는 “<죄와 벌>의 가난은 매우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반면, <굶주림>의 가난은 현실적이고 육체적인 것 같다”고 차이점을 밝히기도 했다. 앙드레 지드는 <굶주림>의 ‘나’에 대해 ‘심연에 이끌리고 절망한 마음으로 파멸을 향하여 끊임없이 달려드는 어떤 사람’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회원들은 크누르 함순의 <굶주림>의 주인공 ‘나’가 보여주는 병적인 욕망이 이 소설에 국한된 특수한 성질의 것인가 아니면 보다 보편적인 욕망인지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 특정한 플롯없이 1~4부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책의 구성 방식이 주인공의 심적, 양심적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인간적인 매력의 독서동아리
  자운영의 운영 노하우는 딱히 뭐라고 할 수 없다. 동아리라는 울타리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고 풍성하다고. 그저 서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독서할 뿐이라고. 사업을 하느라고 골머리를 앓는 것도 아니고 매주 모여서 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니 이 보다 즐거운 일도 없단다.
 자운영은 매달 회지를 발행된다. 집회소식은 인터넷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작성하는데, 책 토론 내용, 동아리 소식, 회원 개인의 이야기, 뒤풀이 이야기 등을 섞어 쓴다. 2시간 반 정도의 토론이 끝나면, 자주 가는 밥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술자리를 가진다. 도란도란 혹은 시끌벅적 웃고 떠들기도 하고, 때로 탁구장, 볼링장, 노래방을 찾아가기도 한다.
 한 달 전쯤엔 회기역 파전 집에 파전 먹으러 갔다가 생방송 화제집중에 잠깐 출연하기도 했다. 그 날 오지 않았던 회원들이 나중에 텔레비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단다. 독서토론 동아리가 아니라 맛집 탐방동아리라고 놀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체험도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책도 인간학이고 동아리도 인간학이기 때문”이라고. 
  회원들과의 연락은 홈페이지 (http://www.e-jaunyoung.net/html/main.htm) 와 싸이월드 (독서토론 동아리 자운영 검색)내에 있는 클럽을 애용하면 된다. 이 모임에 참가를 원하는 학생들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주면 자운영측에서 연락을 하게 된다. 책에 대한 관심과 뜨거운 가슴만 가지고 있다면 신입생은 언제나 누구든지 환영을 받는다.

▲ 김다은(추계예술대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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