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전집 펴낸 원로시인 고원
문학전집 펴낸 원로시인 고원
  • 관리자
  • 승인 2006.10.02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보다 국외에서 인정받는 세계적 시인
 
검은 구름 속
까마귀의 검은 울음
할딱거리는 깃발들이 거기서
견장과 훈장을 뿌리고 있었다.
발음이 어색한 <조국>의 하늘은
땅에서 추방된 깃발의 식민지였다
굳어진 공중에 까마귀 수만큼
기의 종류가 많기도 했다
기가 너무 많아서 병든 세기(世紀)
별은 차갑고,
무기는 뜨겁고,
소음에 마취된 젊은이들은
가장 정확하게 꿈을 죽이는
사정(射程) 측정(測定)에 익숙했었다.
의미(意味)의 시체 위에
역사의 탄피(彈皮)들. 이제
찢어진 상징(象徵)이 다시 높이 거만하다.
저들은 실상 저렇게
찢어지도록 누구를 사랑해 봤을까.
검은 바람과 날개의 위장(僞裝).
전쟁은 어차피 제복(制服)이거나 기호(記號)였다.
너 깃발, 오직
미친 미망인의 소매라 하자.
「기(旗)의 의미」1965.11 『現代文學』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하는 원로 시인
한국 현대시를 영역, 해외 문단에 소개하는 등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데 여념이 없는 원로시인 고원(la 인근 라번대학 교수). 그는 지난 6월 이 같은 공로가 인정돼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신세훈)가 주관하는 제15회 해외 한국문학상을 받았다.
이 상은 해외 한국문학상은 문학적 업적이 뛰어나고 한국문학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이 큰 해외 작가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시집과 시조집, 수필집 등을 발간하면서 한국문학의 발전과 모국어 창달에 크게 이바지한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원로시인 고원에 관한 동정은 한국문학상 수상소식을 제외하고는 없다. 그의 주 활동무대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시인 중 한명이다. 심지어 어느 화자는 고원 시인이 고은 시인보다 오히려 한국인으로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가깝다 한다. 그만큼 국내에서 보다는 국외에서 그의 이름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미국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듯 아직도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1970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 현대시를 영역, 해외 문단에 소개하는 한편 '더 턴 오브 제로'(1974) 등 3권의 영시집을 펴냈다. 또 1986년부터 문학단체인 '글마루 문학원'을 이끌며 많은 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의 서정과 지성의 혼합, 모더니즘 경향에서 제2기의 현실?문명 비판, 사회의식 흐름을 거쳐 근래에는 영상, 은유, 상징, 실존주의적 사색 위주의 단시(15행 이내)에 종합적인 응축을 강조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5권의 고원문학전직 펴내
최근에 그가 5권으로 구성된 고원문학전직을 펴냈다. 『習作 詩集』이라는 부제로 46년 첫 시집을 낸 이후 60여 년간의 문학세계를 결산하는 그의 문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전집에는 그가 그동안 발표했던 시와 시조, 수상록, 기행문, 문학론 등을 총 망라하고 있다.
그가 소위 ‘문단 진출’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출판물은 3인 시집(章湖 , 李珉瑛과 공저) 『時間表 없는 停車場』이다. 1952년 12월 전쟁 중에 부산에서 협동문화사를 통해 나온 이 책은 ‘四不’(不安, 不信, 不滿, 不條理)과 한없이 虛한 것, 방황, 그리고 實存, 이런 정서와 사상이 당시 젊은이에게 思潮 아닌 생리로 화하고 있던 시기의 산물이라고 시인은 설명한다.
그의 60년에 걸친 문학세계는 수차례 상당히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회고한다. 재래식 서정, 모더니즘, 리얼리즘, 상징주의, 이미지즘, 다다, 쉬르레알리슴, 포스트모더니즘 등…. 사상적으로 종교적으로 아주 다른 흐름이 잡다하게 섞여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지나간다. 고원 시인이 걸어온 길은 우리 민족이 겪어온 수난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다. 한민족의 아픔과 한숨과 눈물, 그리고 감격과 소원. 초창기 그의 시가 서정적이면서도 현실문명에 대해 비판적이고 한민족의 애환을 다룬 시가 많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고원은 지나간 세태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가 지난 2003년 시작 50주년 기념으로 발표한 『춤추는 노을』은 세계축구대회 때 나타난 ‘붉은 악마들’에게서 그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성숙한 젊음, 역동적인 젊음을 그곳에서 보았고 머리와 가슴이 젊은 시인의 ‘젊은 시’를 그는 원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나아가는 원로시인
지난 52년 나온 3인 시집 『時間表 없는 停車場』. 다 낡은 그 책을 새삼스레 펴보면 여러 가지 정회가 가슴에 출렁거린다고 시인은 말한다. 언제 올지 전연 알 수 없는 기차, 아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차를 시간표 없는 정거장에서 기다리던 우리 젊은이들은 실로 어둡고 착잡한 1950년대의 한반도와 세계와 인간을 지켜보았다는 고 시인.
그는 『高遠全集』이 일생의 마무리가 아니라 일종의 매듭이 되기를 소원한다. 자신의 삶과 사상과 문학의 새 출발을 표시하면서 격려하는 선을 하나 긋고, 자극하고, 저 앞에다 이정표를 세워줄 수 있을까하는 그러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고백 하나 하나가 표현의 과정에서 겪는 몸부림과 기쁨의 정직한 열매를 기다리지 못하고 설익은 열매들을 많이 따버린, 그래도 남아있는 그 열매를 따기 위해 더 쓰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한 세상을 두 번, 세 번 사는 자로서 다시 시작하는 인생, 그래서 시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한국의 대표 원로시인 고원. 이번의 『高遠全集』은 그의 문학세계를 결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는 이정표인 것이다.

高遠
시인 본명 성원(性遠)
충북 영동生 동국대 졸업
시집 『時間表 없는 停車場』 『二律의 抗辯』외 다수
시조집 『새벽별』 산문집 『갈매기』외 다수
영시집 the turn of zero 외 다수
『문학세계』발행인 세계한민족작가연합 명예회장
미주시인회의 상임고문 글마루문학원 창립
미주한국문인협회 미주문학상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상 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