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이 위기라고? 정말?
한국소설이 위기라고? 정말?
  • 관리자
  • 승인 2006.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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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안팎에서는 벌써 몇 년째 계속 ‘한국소설의 위기’를 운운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8월까지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50위권 안에 든 한국소설이『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랑 후에 오는 것들』,『밤이여, 나뉘어라』,『아내가 결혼했다』,『인간연습』,『달콤한 나의 도시』,『뿌리깊은 나무』7권뿐이라는 점을 보면 이런 말이 괜히 나온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단지 한국소설의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위기’라고까지 해야 할까? 그리고 위기가 맞다면 이 오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또 무엇일까? 이 모든 문제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고자 한다.


2006년,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나?

2004년에는 댄 브라운의 소설『다빈치 코드』가, 2005년에는 탄줘잉의『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가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006년에는 호아킴 데 포사다의『마시멜로 이야기』가 무려 38주(2005년 12월 셋째 주부터 2006년 9월 첫째 주까지) 동안이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마시멜로 이야기』는 2002년 종합베스트셀러 개념이 도입된 이래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기에 그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마시멜로 이야기』를 비롯한 자기개발서와 경제*경영서가 출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소설을 찾는 독자들까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선 일본소설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그 동안 일본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이제는 오쿠다 히데오(『공중그네』저자), 가네시로 가즈키(『플라이, 대디 플라이』저자), 요시다 슈이치(『동경만경』저자)등 새로운 작가들의 마니아까지 생겨나면서 일본소설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유럽소설의 국내시장 진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 정도만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요즘은 알랭 드 보통, 아멜리 노통브 등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독자들은 왜 한국소설을 읽지 않을까?

한국독자들이 한국소설을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들의 자질을 탓하는 의견, 독자들의 취향을 감안하지 않는 평론가들의 고루함을 탓하는 의견, 신인작가를 발굴하지 않는 문단을 탓하는 의견, 홍보와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출판사를 탓하는 의견, 인기 작가들의 작품에만 관심을 갖는 언론을 탓하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김연수, 김영하, 박민규, 정이현, 김애란 등의 작가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면서도 책은 5만부 이상 판매되지 않는 현실, 대부분의 독자들이 평론가들의 평론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 문학상이 늘어나면서 개성 있는 신인작가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문단의 상황, 여전히 신문지면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만 인터넷 블로그나 포탈사이트 등으로 홍보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 위의 의견에 쉽게 동의가 안 된다.
 

▲ 1.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소설가 김훈 2.소설가 김영하의 홈페이지

▲ 3. 독서학습모임 ‘르네상스’회원들 4. 서가가 비치된 커피전문점



작가, 여전히 너무 먼 당신

불과 30~40년 전만해도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큰 의미를 가졌다. 분단된 조국, 민족, 민중 등을 소재로 한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작가들은 그 시대의 스승으로 존경받았고,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날은 어떤가? 현대사회는 하루하루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다양한 매체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책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매체와 더 친숙하고, 책 말고도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사회가 변한만큼 독자들도 변했다. 독자들의 유형은 더욱 다양해졌고, 그만큼 요구도 많아졌다. 그런데 작가들은 독자들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작가들은 일방적인 창작활동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독자들이 어떤 작품을 원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어떻게 해야 독자들에게 작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작가, 독자와 통하였느냐?

소설가 김영하씨는 지난 8월 10일 홍대근처의 한 까페에서 신간『빛의 제국』출간기념 낭독회를 열었다. 그는 낭독회에서 『빛의 제국』의 일부를 낭독했고, 독자들의 질문에 성의 있게 대답했다. 김영하 작가는 평소에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 하고 있다.
 
요즘 낭독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가들의 낭독회 행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낭독회로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매달 공동으로 주최하는 <낭독공감>과 문학의 집*서울에서 매달 열리는 <음악이 있는 문학마당>, <수요문학광장> 등이 있다.
 
낭독회 같은 오프라인 방법을 통해서든지, 작가의 홈페이지를 활용한 온라인 방법을 통해서든지 작가와 독자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가장 중요한 열쇠는 독서문화

요즘 현대인들은 한국소설만 안 읽는 것이 아니다. 책 자체를 읽지 않는다. 결국 한국소설의 위기가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우리 사회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책 읽는 문화가 좀더 활성화 되어야 한다. 독서문화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항상 지적되는 지역도서관이 늘어나야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많아져야 하며, 좋은 책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토론모임이 더욱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영화 한 편을 천만 명의 관객이 본다는 데, 소설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좋은 작품이라면, 책 읽는 문화가 좀더 활성화된다면, 한국소설도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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