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교실]야합(野合)
[우리말 교실]야합(野合)
  • 김우영
  • 승인 2009.06.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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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 산동성의 무사가 칠순이 되었을 때 일이다. 따듯한 봄 날 이웃 마을의 들녘을 한가하게 산책하고 있는데 저만치 어느 소녀가 큰 엉덩이를 이쪽으로 돌리고 쭈구려 앉아 쑥을 캐고 있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십육칠세쯤 될 법한 어여쁜 소녀가 인기척도 모르고 열심히 쑥과 나물을 캐고 있었다.

분홍색 복숭아 빛을 한 옆 얼굴과 잔 털이 보송보송난 막 오른 예쁜 자태의 소녀의 모습을 보고 금새 넋이 빠졌다. 비록 나이 칠십이라 하지만 젊은 시절 무사로 근무했던 건강한 체구의 무사는 이 아름다운 소녀를 보고 그만 주책없이 남성(男性)이 발동하였다. 


“어머머--!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아니야, 네가 참으로 예쁜 복숭아꽃 같아서 . . . ! ” 

 
그만 따듯한 봄날 춘심(春心)이 발심(發心)하여 그만 이 소녀를 범하고 말았다. 춘심은 여인의 계절이라 했던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따스한 봄날 들녘에서의 촉촉한(!) 야합으로 소녀는 임신을 하고, 이구산(?丘山) 자락에서 애를 낳았다.

칠순에 노인이 들녘에서 소녀를 기습적으로 범한 것을 가지고 후사가들은 이른바 ‘야합(野合)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이 말은 우리 정치사에서도 떳떳하지 못하게 적당히 작당을 하거나 밀실 음모를 했을 때 ’모 당과 모 당이 야합했다.‘ 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 적당이 야합하는 일들이 이젠 그만하자.
 

/ 김우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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