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흐르는 길(9)
완도항에서 50분 정도 배를 타면 청산도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당리 언덕이 있고 서편제 세트장을 지나면 봄의 왈츠 세트장이 있다. 사실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언젠가 퇴근해서 텔레비죤 화면에 나타나는 한효주의 상큼한 모습을 본 후 그 드라마에 빠져버렸다. 중년의 남자가 드라마에 빠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웃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최소한 2006년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완전히 빠져서 드라마를 보았다. 아역부터 어른의 박은영은 순수한 사랑을 노래했고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속에 청산도라는 섬이 들어앉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지금도 어딘가 이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계절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윤석호 감독이 일관되게 보여드리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한다. 운명의 의해 섬이 되어버린 남자와 그를 감싸 안은 바다 같은 여자의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가 지금도 산소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작년에는 그 곳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그 곳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커피를 팔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드라마 속에 등장한 곳을 다시 바라본다. 일층 입구에는 봄의 왈츠의 사진이 있고 한 쪽에 식탁이 있는데 예쁜 색감으로 다가온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그들의 무대가 있다. 침실이 있는데 아늑한 분위기로 다가온다.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면 청산도 앞바다가 훤히 보인다. 그 모습에 다시 매료되는데 그 곳을 내려오기 싫었는데 차가운 바람이 실내로 나를 들어오게 만들었다.
세트장을 나오니 중앙에 작은 문이 있고 빨간 편지함이 예쁜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참 예쁘다. 다시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청산도의 봄과 내가 하나가 된다.
/ 이병헌 임성중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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