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 독서신문
  • 승인 2009.05.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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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이용재의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     © 독서신문

어느 날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19살의 한 동생을 만나게 됐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1년 간 한국에 있을 것이라는 그 친구는 누가 봐도 상큼한 10대였다. 만나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어찌하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고 일방적으로 이쪽에서 그쪽에 설명을 해줘야 했다. 놀랍게도 그 친구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누구신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요즘 10대들 가운데 ‘6.25 전쟁’이 어떤 사건인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그리 놀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이 씁쓸 했다. ‘이렇게 과거는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고 반드시 알려줘야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열변을 토했다. 열변이 끝난 후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 나는 우리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은 건축평론가인 저자가 시간이 날 때마다 딸에게 가르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건축평론가답게 건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단순히 건축물에서 끝나지 않고 역사와 철학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와 문학 등 우리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딸, 갈 길 결정했니?”
“응, 아빠는 어떤 길 가는 거야?”
“어진 길”
“어진 길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인문학 서적 독서”
“아빠 왜 까지면서까지 그렇게 책을 내는 거야?”
“아무도 안 하니까”

 
그렇다. 아무도 안한다. 그리고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 이용재 선생은 참 유쾌하다. 본인이 웃기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닌듯한데 어쩐지 그의 화법은 독자로 하여금 계속 웃음을 연발하게 한다. 하지만 웃고 난 입술 뒤에 반드시 꼭 다문 입술을 짓게 만든다. 그저 허공에 날리는 헛헛한 웃음만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읽다보면 김남주 시인의 생가와 조병옥의 생가, ‘거연정’, ‘반구정’ 같은 정자와 여러 고택들을 통해 역사를 만나고 우리나라 과거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인문학은 소위 재미없는 책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간결하고 유쾌한 필치로 그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여유롭다. 어디서 오는 여유로움일까. 곡선으로 여운을 남기는 우리 건축물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유는 거기에 그치지 않음을 알았다. 그것은 바로 작가의 여유다. 택시운전을 하며 우리 땅 구석구석에 있는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아버지와 일찌감치 학교를 중퇴하고 아빠를 따라다니는 딸. 그야말로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보다 더 진한. 
 
/ 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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