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모든 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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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신문
  • 승인 2009.05.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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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실은 지독한 외로움 중독
나카지마 라모의 『오늘 밤 모든 바에서』
▲     © 독서신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 반짝 빛나는』을 보면 주인공들이 참 범상치 않다. 호모남편과 알코올 중독자 아내. 작가의 이러한 주인공 캐스팅(?)을 놓고 많은 사람들은 사회의 소수약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특별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나갔다고 평했다.

사회의 소수약자. 정말 이들은 사회에서 ‘소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

내 주위에는 알코올 중독이라 일컬음을 받을 만큼 술쟁이는 없지만 술을 걸쭉하게 몇 잔 들이키면 대낮에 보아온 인성은 온데간데없고 술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인격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다.

참 신기하다. 마치 학창시절, 녹말을 탄 물이 든 비커에 요오드 용액을 몇 방을 떨어뜨리면 청남색 용액으로 변하는 것처럼 알코올은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요오드 용액은 보라색이라고 한다. 거기에 녹말이 만나면 서로 반응해서 청자색을 띤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화학반응이다. 사람을 물에 비교하고, 알코올을 요오드 용액에 비교한다면 이 용액을 변질시키는 녹말은 무엇으로 대변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사람 마음속 저변에 있는 지독한 외로움이 아닐까. 그렇게 외로움과 술이 만나면 보라색 용액이 청자색으로 변하는 것처럼 사람은 변한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알코올 효과에 의해.

사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기분이 좋아서, 슬퍼서, 괴로워서, 묘해서 등등의 이유로 알코올을 섭취하지만 습관적으로 ‘술을 퍼 붓는다’는 말을 듣는 사람 중 보통은 ‘괴로워서’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기분이 굉장히 좋아서 밤낮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책은 알코올성 간염으로 50일간 병원에 입원한 이력이 있는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알코올 중독자에 관한 설명과 병의 증상을 소름끼칠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던 사람이 직접 쓴 ‘알코올 중독자 이야기’는 이전까지 만나지 못한 독특한 소재이기에 더욱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마 알코올 중독이 되어 가는 단계에서 나만큼 알코올 중독의 실태를 파악한 인간은 거의 없으리라. 하지만 의학적 지식이나 정신 병리학적 지식은 끝내 내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내가 알코올 중독의 자료를 탐하듯이 읽는 이유는 결국 아직 마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간경변이 악화되어 정맥류나 위궤양으로 대량의 피를 토하면서도 여전히 마시는 인간을 책 속에서 찾아 헤맸다”

이 작품은 무거운 소재를 택했지만 이야기 전개는 상당히 유쾌한, ‘중독’이야기다. 이 소설이 무거움을 가볍게 터치할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듯 하다. 결국 저자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 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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