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책과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관리자
  • 승인 2006.09.04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은 긴 여운을 남기고…




이누도 잇신감독의 영화<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일본의 국민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각색해서 만든 작품이다.
 
보통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란 참으로 어렵다. 원작을 읽은 독자들이 필요 이상의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원작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 영화는 ‘원작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극소화해야 한다’는 당연한 작업을 아주 영리하게 해냈고,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너무나도 매력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또한 영화는 소설이 만들어 놓은 굵은 가지에 예쁜 잔가지들을 자라게 했고, 소설에서 다 채우지 못한 빈자리를 너무나도 멋지게 채워놓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소설로 먼저 만나고, 그 후에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소설「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을 그린 16장 분량 짧은 이야기다.
 
어느 날 츠네오는 길을 가다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오는 휠체어를 발견하고는 온몸으로 막는다. 그 휠체어에는 겁에 질려 축 늘어진 작은 여자아이가 있다. 그 날부터 조제와 츠네오의 만남이 시작된다. 조제는 뇌성마비로 인해 하반신을 쓸 수 없고, 25살이지만 체구가 작다. 츠네오는 이런 조제를 “대학캠퍼스에서 보는 여자애들은 모두 건강한 암호랑이처럼 위풍당당하고 섹시해 보이지만, 성적인 냄새라고는 전혀 없는 조제에게서는 마치 오래된 집의 창고에서 훔친 헌 인형을 휠체어에 싣고 옮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표현한다.

츠네오는 23살의 평범한 대학생으로, 무슨 일에든 금방 익숙해지는 순응적인 남자다. 츠네오는 조제의 집에 찾아와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산책도 하고, 집도 수리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다 졸업반인 츠네오가 취업준비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제의 집에 찾지 않게 된다. 그리고 취직이 되어 오랜만에 조제의 집에 왔는데,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조제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츠네오는 조제가 이사한 집으로 찾아간다. 더 야위어진 조제는 츠네오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고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는 츠네오에게 “다시는 오지 마.” 하고 외쳤다가 곧바로 “가지마. 삼십 분만 있어줘. 나 너무 외로워.”하고 말하며 츠네오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렇게 츠네오는 조제의 곁에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호랑이를 보고 싶었다는 조제를 위해서 동물원에도 가고, 해저 수족관에 가서 조제를 닮은 물고기를 보기도 한다. 두 사람은 호적 신고도 하지 않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채로 함께 살아간다. 조제는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면서 츠네오의 옆에 있는다.
 

▲ 영화<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일부 장면들


소설과 영화의 다른 점은 굉장히 많다. 우선 가장 다른 점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다. 소설은 두 사람이 계속 함께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이별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중반부에 나오는 ‘언젠가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프랑수와즈 사강의『한 달 후 일년 후』라는 작품 중)’라는 인용문이 두 사람의 이별을 암시한다.

츠네오는 이별 후에 나레이션을 통해 ‘마지막은 의외로 깨끗했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아니 사실은 단 한 가지다. 내가 도망친 거다.’라고 자신의 마음을 말한 뒤 절규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이별은 너무나도 가슴 아프지만, 두 사람이 이별을 했기에 더 깊은 여운이 남는 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소설에선 조제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 조제는 유모차를 타고 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대체 늙은 할머니가 새벽마다 유모차에 무엇을 싣고 다니는지 궁금해 하며 관심을 갖는다.
 
또한 원작에서는 두 사람이 해저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수족관을 찾아간 날이 때마침 쉬는 날이라 조제가 매우 속상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수족관을 가지 못한 두 사람은 ‘물고기의 성’이라는 여관에 가는데, 두 사람의 침대는 조개껍데기 모양이고, 불을 끄면 온간 종류의 야광물고기들이 나타나 그들의 주위를 빙빙 돈다.

그 곳에서 조제는 “츠네오, 눈 감아봐. 뭐가 보여? 그 곳이 옛날에 내가 있었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 나 그곳에서 헤엄쳐 올라온 거야.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제가 자기가 없어지게 되면,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 혼자서 바닥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도 괜찮아.”하고 말한다.
 
이 작품은 화려하지도 않고,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하지도 않지만, 조제와 츠네오라는 매력적인 인물과 두 사람이 나누는 수 많은 대화들만으로도 우리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한다.


송유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