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불법판매 왜 없어지지 않나?
교복 불법판매 왜 없어지지 않나?
  • 독서신문
  • 승인 2009.04.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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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불법판매 묵인, 학교·업체 유착, 교복구입정보 미공개
교복 제조업체와 판매대리점들의 불법판매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최고 7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교복으로 폭리를 취해온 독점적 교복업체들이 가격담합과 과장광고를 넘어서 이제는 학생들까지 영업에 동원하는 등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지난 1982년 자율화 명분으로 사라졌던 교복은 1987년 다시 등장했지만 업체들의 일그러진 상술에 의미가 퇴색되는 등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이에 뿌리뽑히지 않고 학교사회를 멍들게 하는 교복업계의 불법판매 실태(1, 2)와 개선방안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불법으로 변형된 교복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며 최상기 ‘교복값 공동대책위원장’이 대책위 관계자들과 서울 중구 을지로 sk네트웩스를 방문 회사관계자와의 면담을 시도하려다 회사측의 제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시민사회운동연합신문>    © 독서신문

 
Ⅲ. 왜 불법판매 계속되나

지난 3월 신학기 철을 앞두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학사모)에 긴급제보가 접수됐다.

서울의 한 학교에서 신입생 배정이 끝난 지 불과 이틀 만에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신입생안내문’을 배부하면서 등록금 고지서와 교복구입지로용지를 동시에 배포했다는 내용이다.
이곳에는 6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에 30만원이 넘는 교복값까지 한꺼번에 은행에 납부하도록 한 것.

경기침체로 어려운 경제사정에 교복값까지 비싸게 고지되면서 큰 부담을 느낀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빗발쳤다. 학교당국과 교복업체간의 고질적인 유착이 빚어낸 결과였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휘경여고는 올해 교복을 변경하면서 교복디자인을 공개하지 않고 특정업체가 독점 납품하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이 학교는 새로 채택할 교복의 디자인을 홍익대의 a 교수에게 의뢰했다. a 교수는 학교 측에 교복디자인을 해준 뒤 디자인 비용을 따로 받지 않을테니 자신의 제자가 운영하는 b 업체에 독점 납품할 수 있도록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고 학교 측은 b 업체를 독점 납품업체로 지정했다.

b 업체는 신입생 500명을 대상으로 교복을 1벌당 31만3500원씩 독점 판매했다. 교복을 바꿔 입어야하는 2,3학년생들도 교복 디자인이 변경되는 바람에 이 업체의 교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b 업체는 신입생에게서만 최소 1억 5675만원어치를 팔았고 2,3학년에게도 추가로 판매해, 매출은 2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  학사모 회원들이 교복업체가 학교측과 법적으로 정해진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학교측의 교복규칙을 어기고 불법으로 변형한 한 학교의 교복샘플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시민사회운동연합신문>   © 독서신문


학교측이 교복디자인 변경과 교복제조업체 선정과정에 학부모 참여를 배제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신이 입어야 할 교복제조업체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정해준 대로 따라야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15~17만원인 시중의 평균 교복가격(1벌 기준)보다 두 배의 금액으로 교복을 구입한 셈이다.

이와 관련 학교 관계자는 “올해 교복을 바꾸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외주로 했는데 디자인을 해준 교수가 무료로 해주는 대신 아는 제자가 관여하고 있는 업체를 공동구매업체로 하자고 해 따른 것이 문제가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디자인을 공개하고 모든 업체들이 공개경쟁과 공동구매에 응할 수 있게 해 가격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학기철마다 학부모들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복업체들의 불법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 학교 등 교육당국의 묵인 내지 방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학사모 관계자는 “불법판매행위에 대한 단속을 의뢰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시·도교육청 소관으로 돌리고 시·도교육청은 학교의 자율선택권이라고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복업체들이 학교규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동의나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교복 모양을 변형하거나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채 재고·짝퉁교복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 신제품과 똑같이 값을 받아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지만 교육당국에서는 수수방관하다가 대전과 충남, 대구, 경북 교육청 교육감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대전과 충남교육청은 교복업체들이 교과부와 간담회에서 교복값 동결을 약속했다가 교복을 변형시켜 패션화하고 기능을 추가했다는 이유로 교복값을 올려 다른지역(13만9000원~16만9000원)보다 10만원이상 비싸게 팔거나 안감은 스쿨룩스인데 엘리트 교복으로 상표만 붙여 속여 파는 등의 불법사례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단속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다가 학부모단체로부터 고발됐다.

또 신학기철의 특성상 재학생들과 달리 신입생들은 학교당국으로부터 교복준비와 관련한 공개된 정보를 차단당하고 있는 것도 불법판매가 반복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학교당국은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원하거나 교복물려입기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신입생 입학식날 교복착용을 강조하는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학부모들에게 교복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일선학교들이 학부모에게 보내는 안내문을 보면 “교복착용은 정부 당국의 지침 권장사항으로 학교전통과 소속감, 정서적 안정 등을 준다”며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입학식날 교복을 착용해줄 수 있도록 학부모님은 적극 협력해달라”고 강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새학년, 새학기철을 맞아 학교당국이 관습적으로 신입생 안내문과 등록금고지서, 교복값 지로용지를 일괄 배포하면서 학부모 입장에선 교복을 선택할 시간적 여유나 교복 선택권을 사실상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교복을 선정할 때 법으로 규정된 학교 측과 학교운영위원회간 사전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교복이 선정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와 업체 사이에 형성된 오래된 유착관계도 규정을 벗어난 교복을 퇴출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장이 규정을 벗어난 교복을 반품하겠다고 하자 교사와 학부모들이 문제없다고 교복업계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 구리시 구리여자고등학교의 경우, 학교규정에 어긋나는 교복으로 변형할 경우 반납할 것이라는 공문을 학교장이 대형 교복업체들에 보냈으나 학교 측의 뜻과는 다르게 학생부장과 교사들이 변형교복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변형교복 퇴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일부 업체들은 집요한 로비와 학교를 찾아와 “당신이 먹여살릴 것이냐”고 따지는 등 막무가내식으로 위협해 학교가 굴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투명한 선정과정으로 곳곳에서 검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철저한 당국의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부모의 공동구매노력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교복업계와 학교간 은밀한 유착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기획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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