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 독서신문
  • 승인 2009.04.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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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근본적인 처방
카를로 프라베티의『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     © 독서신문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에는 엄마와만 대화하고 소통하다가 할머니, 이모들, 사촌형제들과 점차 그 소통범위가 늘어난다. 그러다가 대화 상대자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이상 사람이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된다. 사람이 인생이란 것을 처음 경험할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신기해 하지만 이런 생활이 몇 년씩 혹은 수십 년씩 반복이 되다보면 사람을 대하는 자신만의 룰이 생겨 낯선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기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오해’라는 녀석이다. 우리가 실제로 대화하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단어를 생략하고 암묵적으로 상대방이 자기 마음을 눈치 채기를 바라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책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거대한 저택에 도둑질을 하기 위해 잠입한 루크레시오. 조용하게 일을 마치려는 그는 집주인, 정확히 말하자면 집주인의 딸인지 아들인지 알 수 없는 칼비노를 만나게 된다. 여러 가지 아리송한 말들로 루크레시오의 정신을 혼미케 하는 칼비노는 그동안 루크레시오가 경험하지 못한 여러 신기한 장소로 인도한다. 책을 통해 병을 치료받는 환자들, 각자 본 책의 내용을 형상화 하는 극장, 침대가 가득한 도서관 등 책과 연계되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책은 14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굉장히 얇다. 그저 장난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독자로 하여금 문득문득 깨닫게 한다. 모든 것을 조금씩 왜곡하고 비틀어서 이야기하는 가운데 “침대에서 책을 읽는 것만큼 큰 즐거움도 없죠. 사실 책을 읽는 행위와 꿈을 꾸는 행위는 바느질하면서 노래하는 것만큼이나 떼려야 뗄 수 없죠”라며 ‘독서는 꿈꾸는 행위’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책을 읽는 동안에 비해서 상상력을 펼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영화는 다 만들어진 완제품을 제공하거든요. 등장인물들을 보여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행동을 보여 주죠…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말이에요 당신 눈앞에 조그만 검정 부호들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을 뿐이에요. 스무 개 남짓의 문자들이 쉬지 않고 반복되고 조그만 그룹을 지어 서로 뭉쳐 있을 뿐이죠(이 환상적인 존재들이 바로 단어에요). 이렇게 많지도 않은 자료들로 당신은 머릿속에 상상과 생각을 통해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우리가 책을 읽을 때마다 정신이 놀라운 작업을 실현하는 거죠. 이 멋진 훈련이 우리를 단련시키고, 또 내적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렇다. 책은 한 인격체와 결합될 때 단순한 활자의 조합, 그것을 넘어서 고유의 의미를 창조하게 된다. 더욱 신비한 것은 같은 책일지라도 인격체 개개인마다와 다른 의미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당신에게 생긴 상처, 가장 근본적인 치료제는 책이 아닐까.

<황정은 기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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