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 파워
미팅 파워
  • 독서신문
  • 승인 2009.04.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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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안에는 생명이 들어있습니다
데브라 파인의 『미팅 파워』
▲     © 독서신문

나라의 젊은 일꾼으로 처음 회사에 입사한 김 아무개씨. 불경기에 들어간 회사라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리라’는 굳은 결심을 갖고 작하는데 입사한 기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생활이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일이 힘든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트러블은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완이 생기지 않는다. 그가 의도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상사에게 계속 주눅이 들다보니 이젠 아예 대화를 이어나가지도 못한다.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딱 자신을 두고 하는 말임을 새삼 느끼는 그는 급기야 서점에 들러 처세에 관한 책을 집어 든다.

시중에 나온 처세서는 그 양이 굉장히 방대하고 종류도 여러 가지다. 살다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이러한 책을 열심 내며 보다가 보통은 “이걸 다 외워서 삶에 적용하라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만 읽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자기 계발서에 의존하고는 한다.

사실 자기계발서는 주로 방법론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여기서 제시하는 방법을 그대로 실천에 옮길 때 당사자가 알찬 내공을 갖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요란한 빈 수레’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 낯선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조언하는 이 책도 다분히 방법론적인 이야기들을 열거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 속에 새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이름’에 관한 부분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먼저 기억하라’, ‘상대의 이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불러라’, ‘당신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주지시켜라’ 등의 조언을 하며 ‘이름’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십분 발휘 할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상대가 인격임을 인정하라’는 것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이름’이란 것이 한 존재에 부여하는 의미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대화(對話)란 말 그대로 마주 대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둘이 만나 이야기를 하지만 한 사람만 끊임없이 말하고 한 사람은 듣고 있기만 하면 그것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청취인 셈이다.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의견을 사유하고 있을만한 지각 있는 존재의 대면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인격 대 인격 만남임을 뜻한다.

교도소에 있는 죄수에게는 번호가 부여된다. 위안부로 고통 받았던 할머니들도 그 당시 이름대신 번호가 그들의 호칭이 됐다. 이것은 ‘나를 부르는가’보다 ‘나를 무엇이라 부르는가’가 중요한 것임을 보여준다. 너무나 흔한 ‘철수’와 ‘영희’라는 이름도 특정인과 결부되면 보통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거듭난다. 한 인격과 이름이 만날 때, 생명은 부여된다.
 
<황정은 기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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