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급증하는 일본소설… 왜?
국내 급증하는 일본소설… 왜?
  • 독서신문
  • 승인 2009.04.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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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자, 1인문화 깊어지면서 일본소설과 구미 맞아
일본 작가에 올인하는 출판시장, 국내 신인에 기회줘야
▲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소설     © 독서신문

 
최근 몇 년간 일본도서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소설이 국내에 입지를 굳힌 것은 1990년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통해서다. 출간 첫해 30만부라는 판매기록을 세운 『상실의 시대』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분위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국내 일본 문학의 붐은 약간 주춤하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100만부,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100만부 팔리면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점에는 일본문학 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다양성’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김춘미 고려대 일본번역원장은 “일본문학은 굉장히 섬세하고, 다양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다양한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말했으며 이번에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을 수상한 이영미씨도 “사람의 내면을 이야기 하는 일본문학의 다양성이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준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현재 국내에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세대가 만화와 게임, 애니메이션, 영상에 익숙한데 따라서 이들이 글을 읽는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개인의 감정을 묘사하는 사소설의 경향이 매우 강하다. 즉 옆집 사람과 소통이 없다보니 ‘엿보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인데 한국도 서서히 1인 문화가 깊어지면서 대중들이 이러한 소설에 많이 친숙해 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달라진 독자들의 욕구를 일본문학이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일본 문학의 유입 증가는 침체된 국내 출판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장점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국내 신인 발굴과 창작소설의 시장이 더욱 좁아지는 것을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한 유명 작가에게 30만 엔을 주었는데 그 당시의 원화로 계산하면 약 4500만원을 준 셈이다. 사실 이 정도의 선인세면 국내 신인작가들을 더욱 많이 발굴할 수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4000만원이 넘는 선인세를 주더라도 일본 작가 한명의 작품을 출간하는 것이 더 이익이 난다는 계산 하에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기호 소장은 인터넷 서점이 이를 부추겼다고 말한다 “1등만 살아남는 인터넷 서점의 구조가 기존의 생산시스템을 붕괴시켰다”며 “유명한 작품에만 몰리다 보니 시스템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학이 일본으로 진출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일본의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작가라고 불리는 요시다 슈이치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문학은 번역된 것이 별로 없어 많이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일본 내에 유입된 한국문학은 거의 전무한 편이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 번역가 양성이 시급하지만 사실 전문 번역가 양성의 문제는 어제 오늘에 걸쳐 제기된 문제는 아니며 정부의 지원도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주관하는 ‘보라나비저작․번역상’을 통해 일본문학을 번역한 번역가를 선정해 수상한다. 이는 한국에 일본 문화를 더욱 알리기 위해 일본에 관한 저술활동을 하는 한국 집필자와 번역가를 대상으로 주는 상으로 일본과 관련한 에세이, 평론, 전기 등의 저술서를 대상으로 저작상과 번역상을 시상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일본이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국의 경우 번역상으로는 ‘한국문학번역상’과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이 있는데 이 상의 경우 그 대상은 국내인과 국외인이다.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국내인과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알고 있는 국외인, 이렇게 두 사람이 같이 하므로 수상자는 국내인 반, 국외인 반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같이 도쿄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국제교류기금’은 있으나 일본처럼 한국 문학을 번역한 번역가에게 주는 상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기획홍보팀장은 “상을 주려면 번역된 한국문학들이 어느 정도 일정량은 확보가 돼야 하는데 현재 한국문학은 대상작품이 많아야 10여종 되는 등 아직은 많이 번역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문학이 일본에 많이 유입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려고 시도한지 얼마 안됐다”며 “물론 1950~60년대에 특정인에 의해 시도됐지만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1년도부터이며 결국은 한국이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기에 외국인들이 굳이 한국 문학을 접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창작소설가와 전문번역가 양성을 위한 제도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즉, 우리보다 한 템포 문화를 먼저 경험한, 즉 ‘선(先)경험’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일본문학을 아무런 의식 없이 유입하기 보다는 그것을 통해 국내 출판 시장의 근본적인 활로를 모색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기호 연구소장은 “독자들이 새로운 상상력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평론가와 언론사들도 달라진 독자의 욕구에 맞는 것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황정은 기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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