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한일사 Ⅰ·Ⅱ
1972년 일본 나라 현의 다카이치 군에서 우연히 고분이 발견되었다. 이 무덤 내부 벽화의 내용이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평양 수산리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귀부인과 다카마쓰 고분의 여인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백제의 금동미륵상과 일본의 목조 미륵상은 너무나 비슷하다. 닮은 점은 말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마주보는 한일사』(1,2권)는 질곡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닮음과 다름, 그리고 교류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한일관계사를 다룬 책은 한국, 일본을 막론하고 ‘자국사’의 시각으로 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양국의 극우적 시각이 짙게 녹아 있는 책은 물론이고 국내에 소개된 일부 양심적인 일본 학자가 쓴 글도 ‘일본사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은 양국 교사들이 토론을 거쳐 형성한 공통의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각 시대의 주요 쟁점들을 균형 있게 서술함으로써 ‘국사’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이 책은 특히 전근대사를 다룬 최초의 한일 공동 역사책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의 공동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에 이미 『조선통신사』와 『미래를 여는 역사』가 출간되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전근대사 분야의 경우 함께 집필한다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인식 차이가 큰 고대사, 왜구문제, 임진왜란 등, 서로의 입장 차이가 첨예하거나 미묘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전국역사교사모임 18명,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 11명 등 총 29명의 필자가 참여,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 5천년동안의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비교 서술하기 위해 18개의 주제를 선정, 최초로 공동 저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서 출토된 고고학적 유적과 유물 비교를 통해 양국 선사시대 문화의 ‘닮음’을 확인했고 고분과 불상을 통해 고대 한국과 일본의 교류상을 추적했다. 한국 고려시대와 일본 가마쿠라막부 시기 불교의 발전상을 비교하며 서술했고, 몽골제국의 침략에 맞서 고려와 일본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한국) 역사교육자협의회(일본) 지음 / 사계절출판사 펴냄 / 1권 252쪽 2권 256쪽 / 각권 12,000원
독서신문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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