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그녀는 일주일 중 서너 번 호미광장의 작은 산책로를 걷거나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과 명상과 풍광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다.그 사내아이도 호미광장의 산책로를 걷다가 그녀와 마주 친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없었다. 동정의 눈길, 혹은 외모적으로 괴물 같아 경계하는 눈초리만 화살 같이 쏟아질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여자로 평가를 받거나 괴물로 평가를 한다고 해도 그 어떤 것도 소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네고 동정하는 것은 가식과 거짓말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믿었다.
간혹 노인이 다가와 얼마를 줄 테니 자신과 섹스를 하자고 접근해 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수락하지는 않았지만 수락한다고 해도 자신의 얼굴을 천으로 가리거나 이불로 상반신을 덮고 욕망의 카타르시스만 충족하려고 할 뿐이다. 성적 도구로 노인들에게 매도당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놀림과 무시 보다 더한 굴욕과 치욕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즐겨먹는 헤이즐넛이 담긴 종이컵을 들고 산책로에서 음습한 곳의 벤치로 향했다. 자신의 내면과 외모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집 안에 시체처럼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갑갑하기도 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입구를 지나 눈에 잘 띠지 않는 사철나무가 빽빽한 잔디밭으로 들어갔다. 호미광장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면 그녀는 발길을 돌리고는 했다. 시간이 흐르고 감옥 같은 아파트의 생활이 자기 자신을 추악한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 미칠 것 만 같았다. 그나마 호미공원은 아파트와 거리가 인접해 있고 주치의의 말대로 자기 자신을 가둬두거나 폐쇄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호미광장에서 사람들과 눈길이 마주치는 것은 과거나 현재 모두 두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용기를 얻어 외출을 시도 하였고, 이제는 호미광장의 산책로를 걷거나 벤치에 앉아 헤이즐넛을 먹지 못하면 황태처럼 말라 죽을 것만 같았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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