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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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신문
  • 승인 2009.04.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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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고 있는 현재는 언제나 ‘오늘’
서민철의 『시간은행』
▲     ©독서신문

구직난인지 구인난인지 분간이 안가는 요즘 공무원시험에 많은 인력이 몰리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변의 한 지인도 직장생활을 몇 년간 하다가 적성에도 맞지 않고 자신이 원하던 삶도 아니어서 ‘이럴 바에야 안정적으로라도 살자’라는 마음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적지 않은 해(年)를 여러 번 넘겨 결국 원하는 공무원이 됐다. 이젠 정년 보장되는 공무원이라는 용어는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해도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여하튼 그렇게 여러 해 동안 공부를 하던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본 즉, 이미 합격한 사람들이 자신이 합격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쓴 합격수기를 읽거나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건네 들어보면 1년 안에 합격한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2년은 필수과정, 3년은 선택과정이더라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아, 그렇다면 2년을 시험 기간으로 잡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년 단위로 스케줄을 짰는데 이게 웬걸. 1년 만에 합격하는 사람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심지어는 6개월 만에 합격하는 사람도 있더라는 것이다.

결국은 그러한 일에 충격을 받고 자괴감에 빠지다가 자학하면서 슬럼프에 빠지고 하다 보니 자신의 합격은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는 것이 그 사람의 고백 아닌 고백이었다. 그리고 나서 의미심장하게 하는 한마디가 “역시 공부는 집중력이야”

집중력(集中力)이란 말 그대로 ‘가운데로 모이게 하는 능력’을 뜻하는 것으로 자신의 시선과 관심을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쏟아 붓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력을 제대로 발휘하면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반드시 뜨거워야만 불은 아니야. 무언가를 태워버리면 그것들은 다 불인 셈이지. 어리석은 인간은 그걸 모르니까 문제야. 자기 몸 안에서 불씨가 자라고, 그 불씨가 자신의 몸을 태워 죽게 만들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인간이라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만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심한 녀석들이지”

시간의 강을 건너도록 도와주는 뱃사공이 주인공에게 하는 이 말은 가슴을 움찔하게 한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이 같다는 것을 망각하고 사는지 모른다. 돈, 명예, 지위 등 다른 것은 다를지라도 누구에게나 100%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24시간이라는 시간이다. 이 소설은 이처럼 사소한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가 경험한 일을 ‘시간은행’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해 전개하는 판타지형식의 이 소설은 주인공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조언자 ‘m’과 그의 앵무새 ‘롤’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준다. 지금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돈, 명예 보다 흘러가는 시간을 줍는 것이 아닐까.
 
 / 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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