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베르메르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베르메르
  • 관리자
  • 승인 200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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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 영화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중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세계적인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보다도 더 아낀다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그림 속 소녀의 묘한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매혹하는 동시에 매혹 당한 듯한 소녀의 눈빛은 그냥 쓱 보고 지나치려던 사람들의 시선까지 붙잡아,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쳐다보게끔 만든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동안 ‘이 소녀는 과연 누구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저 표정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저 진주 귀고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게 만든다.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이 그림에 대한 호기심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림과 베르메르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를 하고, 그렇게 얻어낸 역사적 사실에 그녀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묘한 그림과 관련된 궁금증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슈발리에에 의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에 대한 치밀한 복원과 정확한 미술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 졌으며, 그림 속 소녀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물감의 제작, 빛의 사용, 카메라 옵스큐라의 활용, 인물과 배경의 배치 등 한 편의 그림이 탄생하기까지의 정밀한 보고서이기도 한 이 소설은, 델프트의 운하와 골목골목, 시장과 길드, 집 안의 세세한 풍경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풍속을 손에 잡힐 듯 그려 보인다. 작가는 이 세밀한 풍속화를 바탕으로 주인과 하녀, 화가와 모델, 스승과 제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 마주선 베르메르와 소녀 두 사람이 예술과 삶 사이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하고도 열정 어린 드라마를 빚어나간다.

 
색채가 뿜어내는 눈부신 빛의 세계에 사로잡히지만 화가의 차가운 욕망에 부딪쳐 끝내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오는 한 소녀의 내밀한 초상은, 베르메르의 그림만큼이나 좀처럼 시선을 떼기 어려운 매력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2004년에 피터 웨버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재탄생하게 된다.


지금까지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곤 한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한 장면들이 있을 테고,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이 상상한 장면을 찾아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책과 영화를 비교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자신이 원하던 장면을 찾지 못하면 실망을 하고,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는 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상상력은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이므로 영화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역시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많은 장면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영화는 소설에 나온 동생들도 등장시키지 않았고, 소설에 나왔던 많은 상황들도 생략했다. 그러나 영화는 슈발리에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묘한 분위기를 충분히 표현해냈다. 특히 소녀 역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은 정말 그림 속에서 나온 소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소녀의 모습을 훌륭히 표현해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소설로부터 자유로울 자신이 없다면, 영화부터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 자체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본 후에 그 감동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설을 읽는다면 영화에서 생략했던, 그래서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아쉬움이 모두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베르메르와 소녀 사이에 흐르는 섬세한 김장감 속에 매료되어, 눈을 감아도 소녀의 알쏭달쏭한 눈빛이 떠오를 것이다.
  

 

독서신문 1390호 [2005.10.16]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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