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5회
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5회
  • 김나인
  • 승인 2009.03.24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그녀의 손끝은 예민한 육체의 부분을 찾아 능숙하게 더듬어 갔다. 그녀 자신은 비로소 여자의 육체가 원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오르가슴의 극점에 닿자 여자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비록 자신의 손으로 노력하고 만들어낸 자기장 같은 짜릿한 쾌락이지만 애장품처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그녀의 짧은 팔과 다리는 뱀처럼 꼬여가고 있었다. 자위행위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울지라도 그녀 자신만은 현실세계를 잠시 잠깐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피안의 세계이기도 하다.

몽롱한 정신세계 속에서도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슬프지 않아. 그녀 자신은 매번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그 질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선뜻 대구는 하지 않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한 터이었다. 후회도 하고 자신의 육체에 면도날로 자해를 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깊은 계곡처럼 욕망의 수렁만 깊어지고 강렬해 질뿐이었다. 그녀의 좌절은 익숙한 목소리의 질문이 아니었다. 색계와 욕망 때문만도 아니었다. 자신을 고용할 고용주나 회사가 없다는 것도 그녀의 좌절을 가중시키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칠 때마다 그녀는 자위행위를 하는 손길이 거칠어졌다. 두 번째의 오르가슴이 몸 전체에 전율로 퍼지자 그녀의 몸은 막 건져 올린 생선처럼 파닥거리고 있다.

다음날 아침, 아파트 로비의 경비원이 편지 봉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호미광장으로 산책을 가기 위해 아파트 현관 로비로 막 발길을 들여 놓는 순간이었다. 성안드레아 정신병원의 주치의가 보낸 짤막한 내용의 편지이었다. 그녀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입술을 씰룩거리며 작은 가방에 짓구겨 넣었다. 호미광장은 그녀의 아파트와 인접해 있었다. 그녀의 베란다에서도 호미광장이 보이고 소망교회의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 첨탑도 시야에 들어왔다.

 - 다음호에 계속 -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