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김영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독서신문
  • 승인 2009.03.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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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편향성을 떠난 출판의 자유? 아니면 상업주의?
 
국내 대형 출판사중 하나인 김영사가 최근 출판계에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자전적 에세이집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란 책 때문이다.

파문의 핵심은 그가 주류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이라고 비판받아온 인물인데 책의 내용을 떠나 하필이면 국내 굴지의 출판사인 김영사에서 꼭 이 책을 발간했어야했느냐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이 발간되기 전부터 이러한 비판은 충분히 예상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사가 이 책을 발간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책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 주류 기독교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문선명 총재의 자서전     © 독서신문
이 책의 발간 배경에 대해 김영사 측은 그동안 독자적인 기획을 통해 2006년부터 문 총재로부터 구술을 받은 20권 분량의 녹취록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자체적으로 충분한 검증과 계획을 통해 종교적 편견을 떠나 발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영사 박은주 대표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1990년대 미국 유학시절 미국의 언론에 문 총재가 기존의 선입견과는 달리 훌륭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종교적 편견을 떠나 이 분의 인간적 측면과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책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간되자마자 기독교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기독교 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출판협회는 성명을 통해 “기독교 책을 출판해온 김영사가 이단으로 취급되어온 문 총재 책을 내는 것은 기독교의 기본을 무시한 것으로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기독교계 일간지인 국민일보는 13일자 사설과 관련기사를 통해 김영사를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통일교계 일간지인 세계일보가 김영사와 문 총재 지원사격에 나섰다.
세계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문총재의 자서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특정인이나 특정단체를 해하거나 비방하지 않았다”면서 출판자유를 억압하는 건 언론의 정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영사의 홈페이지에도 책 발간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책 발간을 항의하는 글과 지지하는 글, 또는 댓글이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닉네임 김은영는 “문선명 씨가 자기 이름으로 자서전을 내는 일이야 종교 집회 언론 출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불법적인 일이 아닐지 몰라도, 수많은 책을 출판해서 기업을 유지해온 김영사에서 버젓이 이런 책을 펴내 상행위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몰상식, 반지성, 그리고 비양심의 첨병임을 자인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닉네임 독자는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을 읽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니 저자의 일생에 대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면서 “자녀들에게 자신 있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라고 말한다. 한쪽이 반대의 의견을 밝히면 한쪽이 지지 의사를 밝히는 그런 형국이다.


그렇다면 출판계와 일반 독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출판계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조심스러운 편이다.

모 출판사 관계자는 문 총재의 자서전 발간에 대해 “김영사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다른 출판사들의 경우 언감생심 발간할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
그러면서 “비록 상업적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정도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책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감한 소재의 책을 그것도 국내 대표적인 출판사중 하나인 김영사에서 발간한 것은 당연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파주출판단지 d출판사 관계자는 “아무리 미사어구로 포장한다 해도 이 책의 목적은 상업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소출판사가 발간을 했다면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김영사가 발간한 것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란이 일 것을 김영사는 예상하지 못했을까? 예상했다면 왜 굳이 이 책을 발간했어야 했을까?

이에 대해 박은주 사장은 이미 “미국 유학 중 세계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일하며 국위 선양하는 문 총재의 활약상을 알고 책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지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단에 대한 편견이 해소됐으면 합니다. 보통 뜻이 다르면 이단이라고 하는데, 뜻이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게 좋은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밝힌바 있다.

단순히 상업적 목적이나 종교적 편향성을 떠나 순수한 의도로 발간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영사가 그동안 출간한 도서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특히 박은주 대표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럼에도 기독교서적에 대한 김영사의 관심은 지대하여 세간에는 기독교출판사라는 평까지 들었다.


실제로 김영사는 2003년 서울 광염교회의 아름다운 성장을 다룬 『감자탕교회』, 그리고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와 『예수와 함께한 가장 완벽한 하루』등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으며, 고 한경직 목사를 다룬 『한경직 평전』도 펴냈다. 이밖에도 기독신학자들을 영입해 『포이에마』라는 자회사를 통해 기독교 양서를 많이 출판해왔다.

김영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교계의 큰스님인 『성철 스님의 화두참선법』도 펴내고, 숭산 스님의 『부처를 쏴라』라는 책도 발간했다. 뿐만 아니라 종교와 신을 부정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도 펴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김영사의 문 총재 자서전 발간은 종교적 의도나 상업성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영사의 문 총재 자서전 발간 목적이 출판계 불황을 극복하려는 하나의 수단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김영사는 지난해 공들였던 학습지 시장에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사가 곧 학습지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더구나 올해 1/4분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출판사들과도 마찬가지로 고전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같은 출판계 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김영사 입장에서 이를 타개할 동력이 필요했고 그것이 문 총재의 자서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사의 지난해 매출은 소문과는 달리 2007년도와 별 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출판사답게 재무구조 역시 탄탄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러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은 김영사가 출판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통일교계의 결합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 문 총재 자서전은 다른 서적과는 다르게 초판이 무려 20만부가 발간됐지만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 드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재판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통일교 신도들의 막강한 구매력에 힘입은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김우중 회장 자서전), 『신화는 없다』(이명박 대통령 자서전) 등 굵직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국내 단행본 출판사의 최고점에 오른 김영사.

종교적 문제와 출판인쇄의 자유라는 문제까지 한꺼번에 도출시키며 출판계의 화제로 떠오른 김영사와 문선명 총재의 자서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 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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