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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벨리댄스가 아랍의 전통무용 대접을 받고는 있지만 남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춤이라는 등, 벨리댄스에 대한 편견도 많았다. 벨리댄스가 군주들의 기름진 배 위에 걸터앉은 후궁들이 그를 위해 베푸는 성행위동작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다. 여하튼 벨리댄스를 출 때 배꼽에서 물결치듯 솟은 파동이 전후좌우로 멧돌질에 버금가는 골반운동이 세밀하게 동반된다. 골반과 허리 등, 여성의 풍만한 굴곡을 유연하게 돌려주는 것이 주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실제 하렘의 수많은 궁녀들은 정복자인 <술탄>과 여러 왕자들에게 간택을 받기 위해 관능미 넘치고 유혹적인 배꼽춤을 추었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현재에 전하는 것은 다분히 종교적이다. 종교적으로 고대 다산을 기원하는 의식이 훨씬 더 강하다. 여기서 다산은 제사, 사냥, 농사, 출산 등 아주 광의적이다. 특히 출산의 근원인 복부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벨리댄서들은 전통적으로 맨발로 춤을 춘다. 이는 모체를 상징하는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기 위한 여인들의 기원이리라. 지금도 이집트에서는 결혼식 때 벨리댄서를 초대해 신부가 그녀의 배에 손을 올리고 기념촬영을 한다. 그러므로 벨리댄스는 모성애와 생명의 수정, 무통분만과 새 생명 탄생의 행운을 가져다주는 전통의식임에 틀림없다.
필자는 최근에 개봉한 벨리댄스 영화 <롤라>를 놓치고 싶지 않아 서울 코엑스 영화관엘 갔다. 여주인공 ‘롤라’는 미국소녀다. 애당초 발레댄서 지망생이었던 그녀가 예기치 않은 일로 이집트로 가게 된다. 그리고 벨리댄스에 빠져 춤꾼의 고집과 끼를 보인다. 이집트에는 브로드웨이 같은 화려한 무대는 없다. 오직 뜨거운 태양의 열기로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벨리댄스와 열정적인 도시 카이로가 있다. 벨리댄스를 추는 금발의 롤라에게서 아라비안나이트의 마법을 푸는 주문이 꿈결처럼 끊임없이 들렸다. 모로코의 탕헤르 나이트 카페에서 본 신비한 그 여인이 롤라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스친다.
/ 신금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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