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역사
유혹의 역사
  • 독서신문
  • 승인 2009.03.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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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된 몸매’는 이상적인 것인가?
잉겔로레 에버펠트의 『유혹의 역사』
▲     © 독서신문
세상의 절반은 남자요 또 다른 절반은 여자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는 사냥꾼. 나는 새. 난 남자에게 절대 잡히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잡히면 그날로 끝장이니까” 남자에게 마음을 다 퍼주면 더 이상 자신을 잡기 위해 안달하지 않는 남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남자와 여자는 오랜 세월동안 게임의 법칙을 이용해 줄다리기를 해왔다. 즉, 서로 상대방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전략으로 게임에 임할지는 알지 못한다. 순전히 자신의 계산과 직감으로 게임에 임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직접적으로 대시하는 것은 남자이더라도 대시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것은 여자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남자를 유혹하는 것이 여성의 본능이며 이미 많은 ‘선배 여성’들이 거쳐 온 절차라고 이야기한다.

‘유혹하기와 유혹당하기’가 남녀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으로 정해졌으며 이처럼 은밀하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한 약속은 절대 서로에게 알려서는 안 되며 엠바고 기간은 ‘지구가 끝날 때까지’다.

여자들이 꾸미는 이유, 다이어트 하는 이유, 민족에 따라 목의 길이를 늘리는 이유, 작은 발을 유지하기 위해 전족이 된 이유, 하얀 피부를 만들기 위해 납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이용해 결국에는 피부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유, 이 모든 것이 남성에게 잘 보이고 그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전족이 된 여성과,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란 허리는 같은 여성이 봤을 때 공감이 간다기 보다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며 저자가 말하는 ‘매혹적인 몸매’란 지극히 서구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론 현대 여성의 대다수가 서구적인 몸매를 이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이것이 주류의 입장이 돼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

한 때 경제적으로 ‘선진화’를 외치며 서구적 발전 형태를 선호했을 때 ‘과연 서구적인 것이 선진적인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여성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서구적인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한서설아씨가 집필한 『다이어트의 성정치』를 보면 ‘다이어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치부되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강제된 규율이자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덧붙여 다이어트를 함으로 사회적으로 여성임을 인정받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된 성별간의 권력관계를 형성한다고 언급한다.

이 책은 다분히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적 측면에서 여성을 이해하고 있어 남성의 관심을 받기위해 안달하는 여성의 모습만을 그려내고 있어 보다 심도 있는 ‘여성의 본질’을 알려주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다.

 / 이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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