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워낭소리
  • 조순옥
  • 승인 2009.03.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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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순옥 교수     ©독서신문
「워낭소리」가 개봉(1월 15일) 한 달여 만에 “100만 돌파, 예매순위 1위” 등으로 한국 영화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노부부와 소의 삶’을 그린 독립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자본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이룬 쾌거이기 때문이다.
 
 ‘딸라~앙, 딸랑’ 황소 목에 달린 방울소리는 물화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옛 우리 방문 문살은 한지창호지를 붙였다. 창호지 구멍으로 일을 끝내고 외양간에서 맛난 쇠죽을 먹고 있는 황소의 슬픔에 젖은 눈망울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인들은 도시문명에 익숙해져 ‘자연’이나 ‘자연적인 삶’의 상태에 놓이게 되면 더 불안 해 하고 오히려 그런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 도시에 오고 싶어 한다. ‘자연’이나 ‘자연적인 삶’이 방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편리한 현대문명에 길들여져 감수성이 분열된 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순리대로 살지 못하고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온 것에 대한 향수와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워낭소리」는 도시인에게 적어도 관념상으로는 자연을 동경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인간과 자연이 극단적인 대립을 피해 상호 유대적인 결속 관계를 유지하여 ‘자연이 요구하는 자유와 인간이 요구하는 자유’가 공유되어야 한다.
 
 ‘노부부와 소의 삶’은 우리에게 해방과 자유를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하며 삶의 위기와 자연을 극복하고 정복해 왔지만 이젠 생각을 바꾸어 ‘살아지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는 존재’로, ‘제대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로 살아갈 것을  일러주고 있다.

모자에 새겨진 가난한 상표인 자바라·키타진·골자비, 등 굽고 다리 저는 황소, ‘노부부’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며 ‘코라(chora)'(만물이 존재하기 이전 만물이 존재하는 순간에 우주를 담는 그릇이자, 우주를 낳는 생산자)이다.
 
그 중 황소를 「걸어가면서 똥 싸는 것은? 길을 가면서 빈대떡을 부치는 것은? 앞집에서 부채질하고 뒷집에서 상모를 돌리는 것은?」 등으로 우리 조상들은 의인화시켰으며, 生口라 하여 같은 식구로 여겼다. 농사일을 위해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코뚜레를 끼우고 고삐를 매야 한다. 이때부터 황소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운명이 된다.
 
「워낭소리」는 ‘노부부’와 ‘소’ 또한 우리 모두에게 코뚜레가 끼워져 있음을 알려주었다. 누구를 위해 코뚜레가 끼워져 있을까? 끝없는 고행의 길을 가고 있는‘노부부’와 ‘소’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코끝을 아리게 했다.

 40년을 살다 숨을 거두어가는 황소에게서 코뚜레가 벗겨지면서 빛과 어두움이 교차한다. 갖은 고난의 풍경들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빛의 자유를 획득하는 순간이다. 인간의 자유는 자연의 근거로부터 인식된 자유여야 하며 이 자유는 한편으로 정신이며 다른 한편으로 의지여야 하며, 인간 스스로 멍에와 코뚜레의 필연성을 넘어서서 완전한 자유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황소는 알려주고 숨을 거두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이미 결정된 삶의 의지가 균형을 잃으면 그 자리에 잘못된 삶 거짓의 삶이 들어와 앉기 마련이다. 동요하면 할수록 얻어지는 결과물은 파멸의 삶이 되는 것이다. 자연의 자유를 박탈하여 균형을 잃게 한 인간과 자연은 극단적인 대립을 피해 인간은 해방과 자유를 실현하는 ‘제대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 잘못된 삶은 병을 낳으며, 병은 건강한 신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을 각별한 애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우직함을 「워낭소리」는 보여주었다.

/ 조순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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