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이 깊어지면
의혹이 깊어지면
  • 김성현
  • 승인 2009.03.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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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목사     ©독서신문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말바꾸기가 유행이다. 이전에 자기가한 말을 금방 뒤집는 일은 이전의 표현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교묘히 말을 바꾸어서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분명 현실이다.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조사 과정과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경찰특공대 투입을 승인했냐는 질문에 "보고만 받았을 뿐 승인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자신이 서명한 공문이 제시되자 "보고가 곧 승인"이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또 용역업체 직원이 물포를 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물포를 쏜 것은 경찰관"이라고 해명했다가 "소방대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용역직원에게 '분사기를 잡고 있으라'고 했다"고 말을 바꿨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다. 보고가 곧 승인인데 이전에는 왜 보고'만' 받았다고 한 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없다. 물포를 쏘던 소방대원이 자리를 비운사이 용역직원이 잡고 있었다면 그것은 적법한 일이었는지 당연한 물음이 따른다. 공무를 집행하던 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사인이 그것을 맡아서 해도 된다는 말인가. 한 쪽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고, 다른 한쪽은 직무를 넘어선 일에 참여한 것이다. 결코 적절한 일이 아니다. 

말을 바꾸려면 이전의 자신의 과오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과 함께 잘못 생각했었음을 인정하던가, 급한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려 했었음을 사과해야 맞다. 하지만 떳떳하지 않은 표현으로 당장의 어려움을 넘어가려는 시도는 의혹을 깊어지게 하는 원인이 될 뿐이다. 의혹은 분명한 해명으로 해결되는 것이지 말바꾸기로 물타기를 하는 것이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의혹이 깊어지면 이후엔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공직자들의 언행을 믿지 않는 국민이 늘어가면 그 조직은 바보가 될 뿐이다. 이는 나라와 국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바보를 믿고 세금을 내려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 김성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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