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3회
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3회
  • 김나인
  • 승인 2009.02.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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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그녀는 신에게 말한다. 항시 똑같은 어조와 비통함을 느끼며, 전생의 죄가 있다면 그 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육체만큼은 정상적으로 만들어 주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신에게 타박을 늘어놓는다.

「원죄가 있다면 제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주세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제게는 없습니다. 희망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죽을 용기도 없습니다. 그대가 진정 절대적인 신이라고 한다면 침묵 대신 한 마디의 말은 해 주실 수 있잖아요. 침묵은 그대의 위엄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벙어리 일 뿐입니다.」

그녀는 낮에 찾은 호미광장에서 본 어린 남자아이를 떠올렸다. 자신을 괴물이라고 놀려대던 그 남자아이의 얼굴은 둥그스름하며 귀여웠다. 쌍꺼풀이 있고 눈은 커다랗고 둥그스름한 턱에 살갗은 홍두께 살처럼 부드러웠다. 그 아이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아이의 몸에서 풍기는 샴푸냄새나 뽀얀 피부의 홍두께 살 같은 살갗을 보듬어 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두려워했고 괴물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옴짝달싹 못한 채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 곁으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엉덩이를 토닥여주다가 주물렀다. 아이의 성기를 만지기도 하고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보기도 했다. 마치 맹인이 물건의 형체를 느끼기 위해 더듬거리며 만져보는 것과 같아 보였다. 행인들은 흉측한 외모와 성추행하는 그녀를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그녀는 한 사내로부터 패대기를 당하고 난 뒤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저도 여자라고요. 임신을 하고 싶고 제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부를 당하고 외면을 받거나 제게 타박을 늘어놓기 일쑤이지요.」

그녀는 윗옷을 벗어 버렸다. 가슴 한 쪽은 분화구처럼 움푹 파인 자국이 있고 한쪽 가슴은 스물 네 살의 여느 여성들처럼 토실하였다. 명치로 톡 솟은 뼈가 그녀의 짧은 목의 근육이 수축하여 고무줄처럼 잡아당기고 있는 듯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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