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어령 교수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 김주관
  • 승인 2009.02.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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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권하는 한 권의 책
'한국인의 원형질'에 대한 독특한 담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가벼운 에세이 정도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한국인의 정서에 대한 심층적 탐색이라고 하기에는 무게감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개인적 담론이라고 하기에는 가벼움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가 20대 후반 시절인 1962년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40년이 지나 변화된 관점을 부록으로 첨언하여 풀어낸 한국문화 비판론과 예찬론의 중간지점을 점하고 있는 책이다. 혹자들은 저자 이어령을 두고 ‘말과 글의 달인’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사통팔달, 박학다식, 촌철살인’이라는 4자성어로 집약되는 인물이라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교수이자 전 문화부장관, 문학평론가, 언론인, 소설가, 희곡작가 등의 직함이 저자에게는 따라다닌다.
 
  이 책은 태연하게 잠자고 있는 친근한 우리 것을 깨워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 책으로 저자의 방대한 지식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를 동서양의 문학과 철학과 사상을 넘나들며 예리한 통찰력으로 기술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쳐온 것들로부터 유추되는 새로운 발견은 때로는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한국의  ‘눈물 문화’, ‘엉거주춤 문화’와 관련된 일련의 패배주의적 사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인다. 친숙한 것들에 대한 관조이자 낡음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낯설음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순간 저자의 겹시각적 프리즘을 만나게 된다. 토속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과의 교차로를 지나게 되는 것이다. 그 프리즘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접하는 오감(五感) 외적인 감각을 살아나게 만든다. 현대적인 것에 익숙해 있는 디지털 세대에게 우리문화의 원류가 시작되는 인문의 강을 만나게도 해 준다. 옆에서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석학의 말씀을 중간쯤 듣다보면 따분한 이야기가 아님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으리라.
 
  나는 이어령 교수의 칼럼을 즐겨 읽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대를 초월하는 그의 방대한 학식에 감탄했고 글을 통해 듣는 그의 목소리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임어당으로부터 ‘아시아의 빛나는 거성’으로, 일본의 저명한 인류학자 다다 교수로부터 ‘내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동을 준 세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극찬을 받았던 이 책을 3년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이 ‘21세기에 바치는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힌 저자의 선물을 기꺼이 받자.

/ 김주관 예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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