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 언어 벨리댄스 ①
원시적 언어 벨리댄스 ①
  • 신금자
  • 승인 2009.02.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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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독서신문
시간이 멈춘 듯한 모로코의 고대도시 페스의 시장골목은 이 곳이 아프리카이자 아랍, 중동지역임을 재삼 느낄 수 있다. 여기저기 그들의 이동수단인 당나귀의 배설물과 올리브향이 버무려진 구시가지 역시 히잡과 차도르를 입은 눈이 크고 검은 여성들의 무표정한 얼굴만큼 보수적이다. 그 보수지역에도 밤은 오고 또 나그네는 이질적인 밤거리라도 품어볼 요량으로 슬며시 숙소를 나왔다. 

어쩌랴, 하루 전에 묵었던 카사블랑카와 탕헤르 두 도시는 확연히 밤과 낮이 다른 두 얼굴이었다. 유럽의 여느 나라들도 저녁 8시경이면 술집이나 음식점이 서둘러 문을 닫곤 했다. 그런데 술을 국법으로 금지하고 절대다수가 이슬람인 이 곳 술집골목이 우리나라의 밤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우선 놀랍다. 하긴 여행이나 휴가차 온 사람들을 위한 관광산업이니 장려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곳의 나이트클럽 같은 곳을 원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느냐이다. 차도르에다 히잡을 쓴 여인들이 나이트클럽에서 디스코 춤을 춘다?
 
탕헤르 시 밤거리를 배회하다 용기를 내어 들어간 곳은 가벼운 음료 혹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작은 스테이지가 딸린 카페 같은 곳으로 기억된다.
우리는 마치 분위기에 익숙한 척, 은은한 불빛 아래 말쑥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법 빠른 밴드의 음악은 동그랗게 파인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바가 있는 창쪽으로 깊숙이 안겨 돌았다. 갖가지 보석이 박힌 듯 현란한 불빛을 쏘아대는 조명과 팝의 전자음도 그리 낯설지 않게 깔렸다. 다만 칵테일의 향이 좀 유별났다. 금세 스테이지는 피부색을 섞고 사람들의 각기 다른 춤이 엉겼다. 아마 우리 같은 관광얼치기꾼들이 아니었을까? 아니란다. 국법이 지엄해도 아랍 중동의 상류층이나 거의 왕족에 가까운 자녀들은 이런 곳을 드나들며 젊음과 자유를 누리고 돈을 쓴다고 한다. 사실 차도르는커녕 세련된 도회적 차림의 아가씨와 젊은이들이 많기도 했다.
 
그 때, 이 아둔한 곳에 선녀가 나타났다. 아라비아의 춤을 추는 아라비아선녀다. 조명을 받은 그녀의 브래지어와 힙을 두른 스카프에 무수히 박힌 큐빅과 크리스탈 장식 그리고 벨트에 매달린 동전이  아니어도 골반을 재빨리 흔드는 동작에 조금 전 스테이지에서 막춤을 추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스테이지 밖으로 물러섰다. 가만히 그녀의 감각적인 배꼽춤을 지원하였다. 몸의 중심인 배꼽으로부터 퍼져 나온 떨림이 복부의 근육과 힙, 가슴까지 전해지고 물결치듯 감각적인 허리의 움직임은 벨트의 동전들을 일일이 흔들어 깨워 불빛에 반짝이는 유쾌함마저 준다.  
 
벨리댄스는 <하렘>에서 기원된 춤이다. 하렘은 인도 , 이집트, 등지에서 '종교적으로 금지된' 이란 뜻의 아랍어이다. 곧 하렘은 외부세계와 차단된 왕의 어머니, 왕비, 후궁 그리고 그 가족들이 살던 곳이다. 이들 외에도 하렘에는 젊고 예쁜 여자들 300여 명이 더 살았다. 정복한 여러 나라에서 데려온 어린 소녀들을 수용하고 특별한 궁중교육을 시킨 후에 왕비나 후궁으로 간택하기도 하였다. 즉 왕과 왕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춤이었으니 벨리댄스는 여성의 아름다움과 관능미를 최대한 살려 표현한 춤이다. 자연히 벨리댄스는 에로틱하다. 현지에서 적절히 농익은 아랍여인의 감정변화가 허리까지 흐르는 이 생생한 벨리댄스를 보는 내내 필자는 행복했다.
 
                                                                                         -다음호에 계속-


 
/ 신금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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