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vs영화 - 『검은집』
소설vs영화 - 『검은집』
  • 독서신문
  • 승인 2009.01.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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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속 그 자체가 바로 ‘검은집’
▲     ©독서신문

 
여자의 적은 바로 여자라고 했던가. 이것을 조금 더 확대해 보면 ‘인간의 적은 인간’이고 ‘자신의 적은 바로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감정의 적은 바로 감정’이다.

‘사이코 패스’라는 감정과 고통과 표정이 없는 괴물을 그린 소설 『검은집』은 일본 호러소설작가로 유명한 기시 유스케가 선보였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신태라 감독이 영화화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미 책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고 있었고 기시 유스케 특유의 긴장감 넘치고 세련된 필치에 매혹된 독자가 많았기에 영화로 재탄생 된다는 보도가 나갔을 때 많은 독자들이 기대를 갖고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영화로 선보인 <검은집>은 “만족스럽다”는 평보다는 “소설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설속의 주인공을 영화로 제대로 캐릭터화하지 못했다”, “감독이 사이코 패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 등 영화 개봉 이후 많은 홍역을 치렀다.

우선 소설속의 ‘사치코’는 사이코 패스로 그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동물성 향수의 독특하고 불쾌한 악취를 풍기는 중년의 살찐 여성이지만 영화 속의 신이화는 날씬하고 매력적이다. 사실 소설 속 사치코의 ‘무표정, 무감각, 무감정’을 신이화는 잘 나타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표정 하기위해 애쓰는 ‘표정’이 느껴졌다고 할까. 이것은 어찌 보면 무감각의 진정한 사이코 패스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의 한계를 넘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격렬한 분노 뒤엔 깊은 체념이 있는 것처럼.

소설을 먼저 본 사람들은 많은 실망을 가졌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지만 이것은 종이매체 자체가 무한한 상상력과 보다 깊은 긴장감을 창조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 영화의 점수를 깎고 싶지는 않다.

소설과 영화 모두 나름의 위치에서 ‘인간의 마음이 바로 검은 집’임을 충실히 나타냈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아이가 한 말은 섬뜩하다. “엄마 실은 저번에 사준 강아지 잃어버린게 아니고… 내가 말이야…”로 나타난 영화의 엔딩은 사이코 패스는 어디선가 또 성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당신 마음속에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남아있는 ‘쓴 뿌리’는 또 다시 언제 자랄지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자라고 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해 준다.

 / 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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