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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헤미안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모여서 잔치를 벌이곤 했다. 그 때마다 몸짓으로 토해낸 흥취가 뭉쳐져 노래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그들을 좀 화평케 했나보다. 그 독특한 노래에다 손과 발동작으로 리듬을 가미했다. 이 즉흥적이고 기교적 성향의 집시음악은 무어족의 문화는 물론, 유대 카톨릭의 문화가 토착음악과 융합하면서 수백 년에 걸쳐 풍요로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음악으로 그 뿌리를 내렸다. 플라멩코 탄생의 원류가 된다. 플라멩코의 어원은 아라비아어인 felag(농부)나 mengu(도망자 또는 피난민)라는 단어의 잘못된 발음에서 온 것이라 여겨지며 18세기에 와서 그 상징은 ‘안달루시아의 집시’로 통했다.
스페인에 집시들이 정착할 무렵은 당시 무어족을 내쫓으려했던 카톨릭 영주들에게 안달루시아 남부 도시인 그라나다가 함락당한 시기이다. 따라서 200년 이상을 이슬람교도들이 카톨릭 교회에 의해 박해를 당했다. 그 와중에 플라멩코가 스페인의 남부지방에 정착하게 된다. 지금은 유럽의 위대한 음악형식 중의 하나가 됐지만 그 근원은 모로코,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그리스와 동서 아시아의 다양한 음악적, 문화적 요소가 다 결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플라멩코는 스페인의 문화유산과 그 괘를 같이한다. 곧 스페인 문화유산은 이슬람문화와 카톨릭 문화가 혼합된 것이다. 스페인 문화가 다채롭고 독창적인 것은 그 때문인 듯하다.
우리가 “올라!”를 중간중간 외쳤더니 더 열정적인 무곡을 선뵌다. 이들은 때로 관객이 너무 적게 들거나 객석의 호응이 시큰둥하면 퇴장해버리기도 한단다. 다행히 우리는 금세 그들과 호흡이 맞았다. 그들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매순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좁은 무대가 후끈 달아오른 열기로 가득했다. 두 시간여 진행된 플라멩코 현지공연의 첫인상은 슬프고 구성진 대신 씩씩하고 강렬했다.
/ 신금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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