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플라멩코 ②
열정의 플라멩코 ②
  • 신금자
  • 승인 2009.01.28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독서신문
플라멩코는 정열적이지만 깊은 애환이 서린 집시들의 몽환적인 춤이다. 15세기 스페인 남부에 정착한 집시들은 플라멩코라는 그들만의 음악을 창출해냈다. 예전 인도의 북부지방(파키스탄)으로부터 외침을 받아 이주한 몇몇 부족들의 영향 속에 생겨난 음악이다. 쫓겨난 집시들의 첫 정착지는 이집트였고 그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로 도피했지만 소수의 힘없는 부족인 그들을 어디서 반겨주었겠는가. 결국 유럽 각지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1447년 스페인 남부에 정착한 집시도 이들 중 한 무리였다. 그들 스스로 ‘평원의 도망자’라고 칭했고 인도지방의 사투리를 썼다. 그리고 15세기 말까지 유목과 영세 수공업으로 방랑생활을 했다. 

그 보헤미안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모여서 잔치를 벌이곤 했다. 그 때마다 몸짓으로 토해낸 흥취가 뭉쳐져 노래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그들을 좀 화평케 했나보다. 그 독특한 노래에다 손과 발동작으로 리듬을 가미했다. 이 즉흥적이고 기교적 성향의 집시음악은 무어족의 문화는 물론, 유대 카톨릭의 문화가 토착음악과 융합하면서 수백 년에 걸쳐 풍요로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음악으로 그 뿌리를 내렸다. 플라멩코 탄생의 원류가 된다. 플라멩코의 어원은 아라비아어인 felag(농부)나 mengu(도망자 또는 피난민)라는 단어의 잘못된 발음에서 온 것이라 여겨지며 18세기에 와서 그 상징은 ‘안달루시아의 집시’로 통했다. 

스페인에 집시들이 정착할 무렵은 당시 무어족을 내쫓으려했던 카톨릭 영주들에게 안달루시아 남부 도시인 그라나다가 함락당한 시기이다. 따라서 200년 이상을 이슬람교도들이 카톨릭 교회에 의해 박해를 당했다. 그 와중에 플라멩코가 스페인의 남부지방에 정착하게 된다. 지금은 유럽의 위대한 음악형식 중의 하나가 됐지만 그 근원은 모로코,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그리스와 동서 아시아의 다양한 음악적, 문화적 요소가 다 결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플라멩코는 스페인의 문화유산과 그 괘를 같이한다. 곧 스페인 문화유산은 이슬람문화와 카톨릭 문화가 혼합된 것이다. 스페인 문화가 다채롭고 독창적인 것은 그 때문인 듯하다.

우리가 “올라!”를 중간중간 외쳤더니 더 열정적인 무곡을 선뵌다. 이들은 때로 관객이 너무 적게 들거나 객석의 호응이 시큰둥하면 퇴장해버리기도 한단다. 다행히 우리는 금세 그들과 호흡이 맞았다. 그들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매순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좁은 무대가 후끈 달아오른 열기로 가득했다. 두 시간여 진행된 플라멩코 현지공연의 첫인상은 슬프고 구성진 대신 씩씩하고 강렬했다.

 / 신금자 수필가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