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플라멩코 ①
열정의 플라멩코 ①
  • 신금자
  • 승인 2009.01.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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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독서신문
춤에 대해 골몰하다 스페인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플라멩코가 떠올랐다. 이내 플라멩코의 고장에 두루 머물렀던 어제 저녁, 때마침 마드리드에서 엽서가 날아들었다. 2006년 4월 스페인과 모로코 여행 중 스페인 현지 가이드였던 알렉스의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필자의 마음이 곧장 마드리드에 가 닿았다. 그 때 플라멩코를 보여주기 위한 안내도 그가 했다.

모로코 탕헤르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지브롤타 해협을 건너 스페인 알제시라스로 이동했다. 흔히 스페인은 투우, 플라멩코, 정열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이 세 가지와 함께 이슬람문화를 품고 있다. 그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그라나다에 내렸다. 그라나다의 상징이자 이슬람 문화의 최고 걸작인 알함브라 궁전과 무어인 왕비들의 궁전인 알카사르 등을 관광하고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늦은 저녁에 예약해 놓은 플라멩코를 관람하기 위해 타블라오를 찾았다.

플라멩코는 크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극장공연과 주로 관광객이 관람하는 타블라오가 있다. 타블라오는 무대를 갖추고 플라멩코를 보여주는 레스토랑이다. 일테면 식사를 하면서 플라멩코를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무용수들이 워낙 열정적으로 들고 나는 통에 식사는 아니 될 말이었다. 여하튼 간단한 칵테일을 시켜 마셨는데 새콤하면서 깔끔한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저녁에 슬쩍 공연장이나 바에 가보곤 했는데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이 참 많다. 이러저러한 유명세를 타는 가수들이어서 더 놀라웠다. 그만큼 대중들 가까이에 문화가 있었다. 필자는 스페인에 올 때부터 이 플라멩코와 투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실 그 기대로 인해 이 조그만 공연장을 보며 적잖이 실망도 했다. 그러나 보다 많이 언제나 보고 접할 수 있다는 그런 차원으로 곧 이해가 되었다.

우리가 찾은 타블라오는 석류알처럼 불빛이 빼곡히 박힌 그라나다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다. 공연장을 빙 둘러친 객석에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자 무용수들이 무대에 나타났다. 기타리스트와 가수, 남녀 무용수들을 합쳐 모두 열 명이었다. 무대 뒤쪽으로 기타리스트와 가수가 서거나 앉고 앞의 의자에 앉았던 여성 무용수들이 한 사람씩 춤을 추고 돌아가는 크아도르라는 형식이다.
 
춤은 팔을 흔드는 동작과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볼만했다. 기타와 신발소리에 의한 격한 리듬, 화려한 발동작과 걸음걸이가 단연 압권이다. 아울러 춤을 추다 순간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포즈를 취하는데 도도한 모습이 구성지게 애절했다. 마치 격렬한 사랑의 마침표를 연상케도 했다. 남자는 조끼차림에 바지를 입고 여자는 푸릴이 풍성한 긴 주름치마를 입었다. 그야말로 집시치마다. 구두의 장단과 함께 발을 격렬하게 움직이며 치렁치렁 치마단까지 흘러내린 원색의 주름치마를 뒤집었다, 휘감았다 하며 관능미를 보이기도 했다.
 
플라멩코의 반주악기로 기타가 있지만 캐스터네츠를 반주로 춤을 추기도 한다. 조개모양의 캐스트네츠를  양손에 한 개씩 손가락에 끼고서 부딪쳐서 소리를 내는데 타악기는 기본적으로 흥을 내는 음악이므로 기타, 박수와 함께 플라멩코는 자연히 흥겹다. 특히 노래가 반주될 때는 춤의 박자를 무용수들이 엇박자의 박수로 맞추었다. 따라서 객석에서 박수를 치는 것은 금물이다. 다만 그들의 열정을 더 이끌어내기 위해서 ‘잘 한다’라는 뜻의 “올라!”라는 추임새를 자주 동원했다.

                                                                                - 다음호에 계속-
 
/ 신금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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