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상식으로 만드는 일
상식을 상식으로 만드는 일
  • 김성현
  • 승인 2008.12.12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성현 목사     ©독서신문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하나가 『그들은 자유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았다 :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이야기』(러셀 프리드먼 저/책으로여는세상)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착각 또는 맹신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불과 50년 전만해도 흑인들에게는 투표권조차 없었던 나라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자유와 평등의 신세계인 듯이 인식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살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이 기록된 책이다.

이 책은 흑인 대통령이 배출된 역동적이며 특별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미국에서 지금보다 훨씬 미개하거나 무례했던 사례 가운데 하나를 다룬 책이다. 버스에서 흑인과 백인이 나란히 앉을 수 없게 했던 차별적 제도에 맞서 비폭력과 평화 기조를 유지한 채 381일간 스스로 고생길을 갔던 흑인들의 이야기이다. 평화적이지만 집요하고 꾸준했던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내용으로 불과 50여년 전의 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1955년 12월 1일, 로자 팍스가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종분리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일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버스 안타기 운동’은 유일한 교통수단인 버스를 포기하면서 겨울에서 다음해 겨울까지 이어간 고난의 행군이었다. 요리사, 보모, 가정부 등의 일을 하면서도 일터까지 걸어다녔던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꾸준함이 차별을 철폐하는 동력이 되었고, 비폭력 저항과 사랑을 내세우며 이 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흑인 시민운동가로 성장시켰다.

무언가를 절실히 원하면 그것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저 생기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노력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동력이 떨어지고 지쳐서 포기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불의한 일을 대하면서도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응징하려면 너무도 많은 시간과 돈이 들기에 차라리 가까운 주먹을 쓰고픈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시대의 불의에 대해 지적하고 개정을 바라면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기에는 쇠 귀에 경읽기라는 패배의식이 지배하는 분위기에서 자칫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긴다면 혼란과 아픔이라는 슬픈 결과만 생기지 않겠는가. 제도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언제까지나 이어져야 할 우리의 과제이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난망일 때 이 책의 내용은 위로가 된다.

이들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버스안타기 운동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탄압과 회유와 유혹은 포기를 향해 달려가게 했을 터이지만 결국은 성공했었다. 이 시대 역시 국민의 아픔과 탄원에 귀를 막은 이들이 지배하는 사회이지만,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인 일 하나를 상식적인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래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소 뻔한 다짐을 하게 된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