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 독서신문
  • 승인 2008.11.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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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통해 바라본 인간들의 군상
인간성 잃고 소모품 되어가는 세태 비판

▲     © 독서신문
지금 현 시대에서 아버지라는 위치는 어떤 위치일까? 날마다 방송과 신문에선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인 이 시점에 그 어려운 위치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아버지’일 것이다. 직장에 다니던 그렇지 않던 언제나 가족을 대표한다는 점, 가장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많은 책임감을 지고가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기러기 아빠’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어느덧 가족과는 멀어져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한 사람, 그 것이 바로 우리네의 ‘아버지’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로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조영아는 이런 소외된 자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푸른 이구아나’를 통해 현대 사회를 힘겹게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촘촘한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현대인들의 삶의 단면을 세밀하고 경쾌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주인공은 아이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아내가 챙겨놓은 ‘유기농 오곡 시리얼’과 편의점에서 산 라면과 햇반을 먹으면서 할 일 없이 쓸쓸히 혼자 집을 지키게 된 한 아버지로 어느 날 치과에 가서 치료 도중 턱이 빠지면서 우연치 않게 자살하는 인부를 본 주인공은 자신의 로망이라며 ‘아버지를 빌려드립니다’ 사이트를 오픈한다.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주인공은 젊은 아빠부터 애인으로, 수다를 나눌 친구로, 식장에서 가짜 아버지로,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계속 일을 해나아가면서 주인공은 점차 삶에 대한 회의와 구차함을 느낀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조금씩 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점차 소외된 자신을 느껴간다.

아버지 렌탈 사업도 시들해질 즈음 주인공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푸른 이구아나’를 보살피는 것이다.

푸른 이구아나는 어찌보면 주인공이 바라는, 그리고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받고 싶어하는 감정들을 표출해 낸다. 다른 여러 아버지를 연기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는 주인공은 자신을 일회용 티슈와 같은 소모품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푸른 이구아나는 가족들의 사랑과 애정을 듬뿍 받은 존재이며, 아무도 애정을 쏟지 못했던 주인공 또한 이구아나에게는 유일한 관심을 표출한다.

하지만 자신이 조금씩 의지하고 있던 이구아나가 사라지면서 주인공은 삶에 대한 허무와 좌절을 느끼고, 홈쇼핑에서 팔고 있는 이구아나를 찾아 나서며 이 소설은 결국 관심의 대상조차도 하나의 소모품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없어지면 다시 사면 된다’라는 일회성을 나타낸다.

모든지 소모품이 되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자아를 일어가는 인간의 군상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 / 317쪽 / 10,000원

 

/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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