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적 이성을 역설한 아도르노
도구적 이성을 역설한 아도르노
  • 황인술
  • 승인 2008.11.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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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생 논술교실 ⑥②
아도르노

(theodor wiesengrund adono, 1903-196)


▲ 아도르노     ©독서신문
아도르노는 1903년 9월 11일 포도주 상인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했다. 그는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피아니스트인 이모와 성악가 어머니로부터 음악에 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자랄 수 있음은 큰 행운이었다. 1919년부터 아도르노는 베른하르트 제크레스에게서 정식으로 작곡을 사사받기 시작했다. 1921년 김나지움 졸업, 1921년부터 1924년까지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주전공 철학, 부전공 사회학, 음악학,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 무렵부터 음악 평론도 시작한다. 1924년 「후설의 현상학에 있어서의 사물적인 것과 노에마적인 것의 초월성」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1928~1931년 문화 잡지였던 《안부르흐》의 편집자가 되었으나, 뒤에 이 잡지가 공산당의 선전 기관지로 변질되자 퇴사한다. 1931년 파울 틸리히의 지도로 「키에르케고르에 있어서의 미적인 것의 구성」이라는 논문을 제출해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교수 자격을 취득한다.

1937년 8월 마가레테 카르플루스 박사와 결혼하고, 이어 1938년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공식적으로 사회 연구소의 연구원이 됐다. 그리고 곧이어 파울 라자펠트가 주도하는 프린스턴 라디오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해 음악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1941년에서 1949년 사이 뉴욕을 떠나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다. 이 시기에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외에도 『미니마 모랄리아』, 『신음악의 철학』 등을 썼다.

『계몽의 변증법』은 신화로부터 시작되어진 계몽의 형태와 18세기 계몽주의의 인식론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비판한 계몽의 대상은 20세기 현대 사회와 히틀러의 파시즘이다. 계몽의 탈신화화 과정에서 비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일체의 것들을 추방하면서 현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 상태에 들어서기보다 새로운 종류의 야만성에 빠졌다는 것이 아도르노의 주장이다. 이러한 야만성은 과학적 이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면서도 잔혹한 만행을 자행했던 히틀러 파시즘을 겨냥한 것이고 이러한 원인이 계몽 자체에 있다는 것을 밝힌 책이다. 아도르노와의 교류를 통해 얻은 많은 자극이 이후 토머스 만의 최후의 대작인 『파우스트 박사』에서 작곡가 아드리안 레버퀸과 악마를 통해서 표현된다.

한편 아도르노는 1944년 이래 반유대주의의 문제를 연구했던 버클리 프로젝트에 참여, 뒤에 이 공동 연구로부터 『권위주의적 성격』을 집필한다. 1949년 프랑크푸르트로 귀환하여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철학과 및 사회학과 조교수가 되었고 1953년 부교수로, 1956년 정교수로 승진한다. 이어 1953년에는 사회 연구소의 공동소장으로취임하고, 1958년부터는 단독으로 소장직을 맡게 된다. 그는 음악에 대한 공헌으로 1954년 아놀드 쇤베르크 메달을 수상하였고, 1956년 첫번째 개인 조교로 위르겐 하버마스를 선임한다. 1960년 하버마스의 후임으로 선임한 두번째 조교 알프레드 슈미트는 아도르노가 사망할 때까지 그의 조교로 남아 있는다.

아도르노는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작곡과 음악 교육에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매년 여름 다름슈타트에서 열리는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의 워크숍에서 「앙포르멜 음악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는 등 워크숍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후 중요한 아방가르드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1963년 독일 사회학회의 회장에 선출되고, 60세 생일에 프랑크푸르트시로부터 괴테상을 수상했다. 1969년 8월 6일 아도르노는 스위스의 비스프에서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1977년 프랑크푸르트 시는 그를 기념하기 위해 테오도르 아도르노 상을 제정하여 매해 시상하고 있다. 하버마스, 엘리아스 등이 이 상의 저명한 수상자들 가운데 하나이다.(참고자료 : 박정호 외, 『현대철학의 흐름』, 동녘, 2002, 175~177쪽 발췌요약)

 

도구적 이성

모더니즘(modernism)은 1920년대 일어난 근대적인 감각을 나타내는 예술상의 여러 경향으로 넓은 의미로는 교회의 권위 또는 봉건성에 반항, 과학이나 합리성을 중시하고 널리 근대화를 지향하는 것을 말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기계문명과 도회적 감각을 중시하여 현대풍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예술상에서의 모더니즘은 20세기 초, 특히 1920년대에 일어난 표현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 형식주의(포멀리즘) 등의 감각적·추상적·초현실적인 경향의 여러 운동을 가리켜 말한다. 모더니즘을 특징짓는 현대성(modernity)개념은 이성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 계몽주의와 관계된다. 계몽주의 사상은 과학과 기술을 통해 자연과 사회를 합리적으로 통제하여 인간의 존엄과 행복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성에 대한 믿음을 믿었던 계몽사상은 이성의 도구화로 인해 20세기를 들어서자마자 비판 받기 시작했다. 과학을 이용한 문명의 양적 성장 추구는 풍요를 가져오고 생산력을 높였으나 지나친 공업화는 생태계 위협과 자연재해를 가져오는 폐해가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무한한 힘을 믿던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 이후의 근대적 계몽주의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변화와 시기에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에 의해 파괴된 자연은 더 이상 이성의 능력으로는 회복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즉 인간의 이성으로 이룩한 진보적이고 생산적인 업적들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이러한 현대의 위기를 이성의 지나친 간여로 보고 이성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이성적 형이상학 개념을 비판한 니체, 데리다(해체주의자 창시자인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는 고대철학의 논증적·개념적 이성에 대한 비판과 자율적 주체를 부정하며 형이상학을 해체하려 했다. 플라톤으로부터 계승된 고대철학의 로고스 사상은 언어에 내재된 언어 외적 의미를 중시했다. 이러한 의미 지향적 언어체계는 더 나아가 주관적 의식이나 객관적 실체로 재현되어 신 또는 절대 정신에까지 이르게 됐다. 데리다는 이러한 로고스 중심주의와 형이상학적 개념 철학이 기호 체계의 언어 철학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언어철학, 특히 음성적 구어 체계에 대한 해체를 통해 탈근대를 시도했다. 로고스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우리는 데리다의 언어 체계에 대한 비판이 현대의 합리적 이성에 대한 비판임을 알 수 있다.), 푸코(후기 구조자인 푸코는 권력 개념과 광기의 역사를 통한 이성의 비판을 했다.

『광기의 역사』에서는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명확히 규정하는 사회의 통제적 관행에 대한 고발을 통해 인간의 권력 개념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계몽주의 이후 이성과 인식의 배후에는 지식과 권력의 작용이 자리하였고, 현대에 와서는 과학적·합리적 사고와 결부되어진 권력에 의해 개개인의 인권이 획일화되고 통제된다는 것이다. 푸코는 이성이 권력 작용에 의해 지배됨을 비판하면서 권력 개념의 해체를 통해 이성에 대한 전면적 비판을 했다.) 그리고 도구적 이성을 비판한 아도르노 등 철학자들은 모두 계몽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탈근대를 모색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인 대중문화를 수용하고 다원주의와 해체적 경향을 보인 1960년대 이후 예술적 지향을 말한다. 특히 아도르노는 현대를 부정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부조리한 현대를 있는 그대로 지적, 제시(提示)하여 현대를 비판했고 이를 위해 원시시대의 미메시스를 차용한다. 아도르노는 원시시대에 행해지는 주술의식을 통해 미메시스를 발견했으며 예술을 통해-특히 음악- 미메시스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는 현대인들의 이성이 자연 지배를 넘어서 인간 자신에게도 폭력을 행하는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하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을 아도르노는, 계몽이 세계의 탈신화화를 주도하면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일체의 것들을 추방하였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순수한 의미의 미메시스, 즉 주체와 객체의 친화 관계로 이루어지는 미메시스는 인간 중심의 모사적 미세시스로 전락했다고 한다.

 

논제

『계몽의 변증법』은 현대 사회와 현대가 파괴해가는 이성의 부조리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과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순응에서 자연을 지배하고 주체의 우위를 점유하려는 인간의 의지는 과학의 발달과 생산력의 증진만을 가져왔을 뿐 인간의 주체성을 말살하고 전쟁, 자연재해 등의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며 결국엔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 황인술 교수     ©독서신문
그가 말하는 도구적 이성이란 주관적 이성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가 객관적 이성을 잃어가면서 도구화되는 것을 말한다. 즉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이성 대신 효율성만을 중요시하는 주관적 이성이 강조되면서 결국엔 그 자신조차 효율성만을 위한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한 것이다.

아도르노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도구적 이성의 확산을 인간중심의 야성을 강조하는 계몽의 역사에서 찾는다. 계몽의 본연의 의미는 이성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추구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은 그 길을 잃고 획일화된 보편성만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즉 전체의 목적을 위해 인간 개개인의 고통은 치부하게 되는데 이는 합리성과 이성만을 강조하는 계몽의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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