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감한 일깨움
삶의 다감한 일깨움
  • 한분순
  • 승인 2008.11.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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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 선생의 붓글씨
▲     ©독서신문
필력에서 넘보지 못할 휘광을 지니신 소설가 김동리 선생님은 삶에서는 무척 소박한 면모를 보이셨다. 그분의 따사로운 가르침을 받았던 많은 후배 문인들과 제자들은 추모식이 열리는 날이면, 수수한 생활을 즐기시던 천진한 인상과 느긋이 말씀하시던 어조를 떠올리며 먼저 가신 아쉬움을 깊이 느낀다.

내가 서라벌 예술대에 다니던 당시, 김동리 선생님은 소설 창작 강의를 맡고 계셨다. 그때 원고지 쓰기와 띄어쓰기 같은 기본 사항부터 창의적 작법까지 세심히 살펴 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학생들 소설 가운데에 돋보이는 글이 있으면 선생님은 학교 주보에 실리도록 살갑게 챙겨 주시곤 하셨다.

언제나 아낌없이 내어 주는 성품이셨기에, 손수 쓰신 붓글씨도 사람들에게 자주 선사하셨다. 동리 선생님이 찬찬히 적은 붓글씨로 소설가 후배인 조수비 작가에게 주신 글은 ‘언충신행독경(言忠信行篤敬)’이었다. ‘말은 참되게 성실하게, 행동은 진심으로 정중하게 하라’는 뜻이 담겨진 말이다. 조수비 작가는 오래 간직하고 있던 이 붓글씨를 나에게 건네주어, 문인 애장품 전시회에 출품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 이제는 가까이서 뵙지 못해도, 동리 선생님의 손길이 머물렀던 붓글씨가 다감한 교훈으로 남아서 삶을 자애롭게 안내할 것이다.

 
/ 한분순(시인,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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