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드디어 학교를 떠나다... 49명의 작가들이 차려주는 졸업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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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흉볼 게 많은 이야기꾼」중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지난 8월 29일 38년간 들어왔던 분필을 내려놨다. 회색빛으로 물들어가는 도시인들의 마음에 푸르른 자연과 아름다운 동심을 전달했던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선생님이었다.
이러한 그의 퇴임과 환갑을 기념하는 자리에 한자리한다는 예술인들이 모였다. 글로 살아가는 김용택 시인이었기에 그들이 모인 장소는 책이었으며, 예술인들은 선생님이라는 그의 역할에 맞게 마치 교실 하나를 빌려 김용택 선생님 아래 모인 학생들이 됐다.
김용택 시인의 새 교실에는 김훈, 도종환, 안도현, 이해인, 성석제, 박범신, 정호승, 곽재구, 공선옥 등의 문인들과 판화가 이철수, 소리꾼 장사익, 화가 김병종, 가수 백창우,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등이 학생역할을 자처했다.
각계각층에서 ‘김용택’이라는 이름 하나로 뭉친 49인의 필자들은 이 책에서만큼은 일체의 형식과 틀을 내던지고, 김용택 시인과 자신의 삶의 한 자락, 못 말리는 사연들을 거침없이 공개하면서, 그를 한올한올 벗겨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본디 ‘헌정문집’의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어느덧 산문집이 돼버렸다. 분명 김용택 시인을 기념하기위해 모였으나 어느덧 뒷담화의 장이 되어 김용택의 ‘괴짜 기질’과 ‘논두렁 성질머리’를 털어놓는데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열심이다.
누군가는 시를 썼고, 누구는 ‘섬진 시인 별곡’을 만들어 한바탕 불러젖혔으며, 또 누구는 그의 시로 작곡한 노래의 악보를 일일이 손글씨로 옮겨 적었고, 또 어떤 이는 그의 시를 새긴 판화를 고스란히 책에 실어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정(情)’이라는 감정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 38년간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공 차고 고기 잡으며 평생을 아이처럼 살아 온 어른아이 김용택. 그런 그가 좋아해 모인, 역시나 아이같은 49인의 필자들은 학교를 떠나가는 김용택 시인에게 기분 좋은 졸업식을 준비해 이를 보는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어른아이 김용택』의 간행위원과 필자들은 시집을 펴내며 수익을 기부했던 김용택 시인의 뜻을 이어, 이 책의 수익을 북한에 나무를 심는 데에 기탁하겠다고 밝혀왔다.
역시나 초록내음 나는 김용택의 분위기다. 언제나 그가 선사해왔던 기분 좋은 내음, 비록 분필은 내려놨지만, 그가 들고있는 펜은 아름다운 시상과 함께 우리에게 그 내음을 선사하기를 기대해 본다.
■ 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도종환, 안도현, 이해인 외 46명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302쪽 / 12,800원
/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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