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강연은 들으면서 읽는 것
문학 강연은 들으면서 읽는 것
  • 이병헌
  • 승인 2008.10.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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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독서신문
초가을의 향기가 가득한 어느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문학강연이라고 이름 붙여진 자리에 참석했다.

서산의 마삼말쌈시낭송회(http://cafe .daum.net/kjhg30200)에서 주최하는 모임이었는데 시 낭송과 함께 초청가수의 노래와 악기 연주를 통해서 메마른 영혼에 생명수를 쏟아 붓는 시간이었다. 전통을 가지고 지역 문화를 선도해 오면서 매년 문학강연회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문학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그 날도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차 한 잔 마시면서 함께 한 귀한 자리가 됐다.

더욱이 그 날은 신달자 교수님의 문학강연도 있어 지역의 문인들이 모여 함께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사실 서울에서 많은 문학행사가 열려 지방에는 그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한다. 그것은 많은 문학행사가 서울 위주로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지방의 문학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그 격차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지방은 사막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나친 이야기가 될까? 대신 지방에서는 한 지역에서 문학행사를 하면 인근 지역의 문인들을 초청해서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여 나눔의 시간을 가진다. 사실 서울의 행사에 참석을 해도 문학강연의 경우 백여명을 넘지 않는 모임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그날 서산 문화원에는 백 명이 넘는 서산과 인근지역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신달자 시인의 진솔한 삶과 문학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어린 시절의 가족사로 시작해서 어머니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과정,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이야기가 문학이 연결되니 그 안에 참석한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훈훈한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문학 강연이 끝난 후 신달자 시인의 시를 비슷한 연령의 어르신의 장송을 들으면서 가슴속 가득 차오르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문학강연을 들으면 몇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문학이론으로 무장한 강사님이 학문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학 강의실로 착각하게 한다.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어려울 정도도 있다. 문학이론은 분명 강의실에서 들어야 제격이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문학이론 속으로 빠지기 보다는 졸음으로 유인하는 특효약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방송에서 떴던 한 목사님의 코미디식 설교를 들으면서 순간적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음을 안다. 언젠가 문학 강연을 들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물론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어 엔돌핀이 많이 생성되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강연을 듣고 집에 돌아가면서 머릿속에 남는 것은 바로 그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그날 신달자 시인처럼 진솔한 문학 강연을 들으면 살아가면서 문학적인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문학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엮는 방법에 따라서 장르를 달리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것을 강연을 통해서 풀어놓으면 그 작가의 삶에 대한 이해를 더 쉽게 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강연은 듣는 것이다. 하지만 들으면서 우리는 강사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어를 읽게 된다. 듣고 다시 자신의 것으로 변화시키면서 다시 읽는 과정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할 때 더 인지가 빠르고 자신의 내면화도 쉬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문학강연은 딱딱한 이론 중심의 나열이거나 코미디식의 웃기기에 빠지는 것 보다는 적당한 웃음과 진솔한 이야기가 문학과 함께 녹아질 때 듣는 사람과 전하는 사람이 하나가 되어서 아름다운 문학강연으로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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