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의 추억
만화방의 추억
  • 이병헌
  • 승인 200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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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만화방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70년대만 해도 도시의 어지간한 골목에는 만화방이 하나씩 있어서 청소년들의 발길을 잡기도 했다. 물론 만화방 대신에 도서 대여점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만 만화방과는 성격자체가 다르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도 유행을 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독서의 방향이나 독서의 양도
달라진다고 한다. 필자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은 도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학교에서 책을 빌려 읽으려 해도 충분한 책을 확보되지 않았다. 대신에 만화방이라는 추억의 독서실이 있었다. 30여 년 전에는 학생들이 만화방에 가서 킥킥대며 만화를 읽곤 했다. 그 당시는 순정 만화나 명랑 만화가 많이 있었다. 만화방에서는 만화도 읽었지만 가정에 tv가 많지 않았기에 만화방은 축구중계방송을 보거나 한참 인기 있던 복싱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게 보면 만화방은 청소년들의 문화가 피어나는 장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만화방은 학생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어디에서나 손을 잡고 심지어는 어깨에 손을 감싸고 다른 사람들이 보아도 뽀뽀를 하거나 키스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 당시에는 손을 잡는 것은 물론 함께 다니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했던 기억이 난다. 빵집에 가는 것조차도 금했던 시절이니 만화방만큼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곳은 없었다. 만화방에서 다 읽지 못하면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읽거나 심지어는 아이들이 학교에까지 만화를 가지고 가서 수업 중에 읽다가 만화책을 빼앗기는 일이 많이 있었다. 선생님한테 들키면 꿀밤 한 대를 맞으면 넘어가는 날이 많이 있었다.   
  만화가 많이 읽혀지자 만화방에 무협지가 등장했고 아이들은 만화대신 무협지를 읽기 시작했다. 무협지는 이야기 속에 황당무계한 일이 많이 발생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을 읽으면서 통쾌한 마음을 갖게 된다. 즉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되기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가 그리 싶지 않다.
  무협지 이후에 추리소설도 만화방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여름에는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 오싹한 경험을 하게된다. 추리소설(推理小說)은 '범죄 수사를 주된 제재로 삼아 추리에 의한 사건 해결 과정에 흥미의 초점을 맞춘 소설'이라고 정의된다. 작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어 사건을 이끌어 가는데 그 결말은 독자들의 예측을 뒤엎는 게 일반적인데 그렇게 된다 해도 독자는 자신의 생각이 빗나간 데 대해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교묘한 트릭에 감탄한다.
  그 이후 만화방은 일반 도서와 심지어는 잡지까지 빌려주기에 이르렀고 나무 의자에 앉아서 만화책을 읽던 모습에서 이제는 소파가 등장했다. 그 당시에는 겨울에는 연탄난로가 추위를 막아주었지만 지금은 히터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덜덜거리던 선풍기가 땀을 말려주었지만 지금은 에어콘이 더위를 밀어내고 있다. 그 당시에는 아이스크림 대용품으로 '하드'라는 것을 먹었지만 지금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더위를 이기곤 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으로 독서의 흐름은 바뀌고 있지만 '독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만화방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물론 지금 독서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네 만화방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인터넷 만화방에서 만화를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추억의 만화방은 옛날 어머니께서 한 여름에 감자를 넣은 수제비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구수하고, 동네 입구에서 우리들의 발목을 잡던 '떼기'처럼 우리들에게 더 친근함을 가져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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