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과 자연
병산서원과 자연
  • 신금자
  • 승인 200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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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



안동의 옛 문화에 홀려서 자꾸만 길을 묻는다.
예로부터 ‘안동’ 하면 양반과 선비, 종가를 떠올렸다. 안동사람의 말투는 무심히 들으면 골이 난 듯 퉁명스럽다. 아무리 반가운 사람이라도 버선발로 뛰어 반길 줄 모르는 무뚝뚝한 것이 특기다. 호들갑스럽고 위신이 서지 않는 행동은 양반 체면에 용납할 수 없다. 여하튼 속내는 어질고 착하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안동의 아낙들, 특히 종갓집 며느리들은 전통의 예의범절에 순종하며 집안 대소사의 규율이 엄격한 줄로 안다. 그러니  마을의 운이 트인 기슭마다 명문가의 종택과 사당이 정좌하고 있다. 행여 마을 모퉁이를 돌 때면 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와 마주칠 것만 같다. 전해지는 바로는  충, 효, 예, 의에 충실한 선비정신으로 제사를 받들고 손님을 맞았다.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며 불편을 내색하지 않았다한다. 때문에 옛 문화를 그대로 존속시킬 수 있었으리라. 더욱 미더운 것은 고을 일부를 임하댐과 안동댐 등, 두 곳에 수장시키면서도 정부를 탓하는 그 흔한 농성도 없었다. 나보다 남을, 지역보다 국가에 힘을 보태주고 신뢰를 보냈다. 다만 수령 700년 된 은행나무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정부에 재정적 지원요청을 했다. 정성들여 옮겨 심고 보니 댐 건너 산 중턱에 홀로 세워둔 형국이라 배를 타고 가서 볼 수도 없고 다리를 놓아 알현(?)하고 있다한다.


 




 아스팔트를 외면한 좁은 자갈길이 울퉁불퉁 병산서원으로 안내하였다. 이 또한 주민들이 옛길을 그대로 두길 원했고 서원 가는 기분을 한층 살려놓았다.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길이다. 아울러 병산서원도 ‘사람과 주변 환경에 대한 배려’로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는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씨도 건축의 중요한 덕목 중 으뜸으로 꼽았다.
 칠월, 이즈음이면 산은 골격을 다 감추고 더없이 여성스러워진다. 그러나  일곱 번을 들쭉인 7폭 병풍이 은밀히 읽혔다. 이르기를 병산(屛山)이라 하였고 강물을 따라 널따란 모래 춤사위에 덩실덩실 그저 하회로 흘렀다. 모름지기 강물과 병산, 모래사장을 얌전히 품은 병산서원은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숨을 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솟을대문 현판 ‘복례문 앞에서 마음을 낮추고 단정하게 했다. 옛날에는 술과 여자, 광대는 이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니 예를 다함이다.  곧장 ‘만대루’ 누마루 밑을 지나자 정면으로 서원 중앙에 입교당이 자리하고 양 옆으로 서재가 있다. 그리고 뒤편 북쪽으로 제일 높은 곳에 서애 유성룡선생을 모신 사당과 도서관이 있고 400여 년 되었다는 배롱나무 여럿이 어우러져 무성했다.   언뜻, 사당의 기와지붕과 담장이 배롱나무 사이로 감질나게 보였다. 간결하지만 격식과 규모를 두루 갖춘 병산서원의 건축적 미학은 빼어난 자연 환경이다. 조용히 주변 경치에 파묻혀 하회마을과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교육 여건으로도 제격이다.
 다른 서원에서 맛볼 수 없는 만대루 대청마루에 신발을 벗고 올랐다.
주변 경관을 향해 무한히 열린 독특한 병산서원의 들머리다. 강바람이 거침없이 와 닿고 안개비에 젖은 산하가 한 눈에 스며든다. 집을 지을 때 어디에 짓는가, 어떻게 배치하는가가 참으로 중요하다하겠다. 자연스레 이 공간에서 다른 공간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도록 지었다. 건물 밖의 자연과 건물 안의 사람을 이어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릇 집 안에서 내다보는 것이 바깥에서 들여다보듯 하니 건축도 신진대사와 변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유생들이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성리학을 연구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건축과 자연환경, 문화 속의 자연도 아닌 서원은 분명 옛날 학교 건물이다. 그런데 교육 환경과 중심 내력을 알고자 하는 교육에 관련된 사람은 많지 않고 오히려 건축학도들이 많이 붐비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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