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에 얽힌 이야기
비목에 얽힌 이야기
  • 이병헌
  • 승인 2008.09.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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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 독서신문
여름빛 강했던 날 더위를 밀치면서 찾아 간 곳. 바로 충청북도 충주였는데 그곳에 살고 있는 문인들의 도움으로 쉽게 문학기행을 할 수 있었다.

그 지역을 잘 아는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고 덕분에 충주지역의 거의 모든 문학비와 문화유적을 만날 수 있었다. 주덕읍사무소 뜰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한명희 노래비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비목의 작사자인 韓明熙교수는 1939년 충북 중원 출생으로 rotc 육군 소위로 임관되어 수색중대 dmz 초소장으로 화천 북방의 백암산 즉, 평화의 댐을 지나 북한강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또하나의 지류인 금성천이 합류하는 지점이 있는데 이 일대의 고지들에서 군생활을 했다. 백암산 주변이 바로 비목이 잉태된 온상이었다고 한다.

 

비 목

초연히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척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바로 ‘비목’에 대한 노랫말에 얽힌 사연이 전해 오는데 1960년대 중반 평화의 댐에서 북쪽으로 14km 떨어진 백암산 계곡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그는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 하나를 발견하였다.

한명희는 돌무덤의 주인이 전쟁 당시 자기 또래의 젊은이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비목’의 노랫말을 지었고 그 후 장일남이 곡을 붙여 1970년대 중반부터 가곡으로 널리 애창되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버스 안에서 그 노래를 함께 불렀었고 그 곳에서는 내내 그 노래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 곳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한명희는 ‘비목’의 작사가인데 아직 생전에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한결같은 노력으로 읍사무소 앞에 비목 노래비가 서 있었다고 하니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요즘 자신의 돈으로 세워지고 있는 시비나 문학비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문학기행은 다른 여행과는 달리 먼저 세상을 살다 간 선배 문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돌아보면서 그것을 통해서 작가정신과 치열한 문학에 대한 사랑을 배우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삶이 늘 같지 않듯 우리들의 문인들에 대한 평가 또한 같을 수 없지만 순수하게 글을 위해서 살다간 문인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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