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의 상징 그레이스 켈리 2
모나코의 상징 그레이스 켈리 2
  • 신금자
  • 승인 2008.09.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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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속의 여인들 21회
 
 
▲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독서신문
 끼를 타고난 배우들은 죄다 할리우드에서 빛을 발했다. 어찌 아름답기만 해서야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랴. 착시를 일으킬 정도의 연기력과 진정성이 따라주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어렵사리 배우들의 로망이 되는 곳이 할리우드다. 그러니 그 곳은 누구의 어떤 도발이든 열려 있지만 감히 무대는 털끝만큼의 실수도 용납할 아량이 없다. 끝없는 모험 속에 양보를 모르는, 그래서 잔인하리만치 냉정한 곳이기도 하다.

어떻든, 배우들의 숙명은 출연하는 작품으로 말하고 평가받기에 그 작품의 무게에 따라 당연히, 혹은 우연찮게 행운의 여신이 내리기도 했다. 누구나 한번쯤 시대물에 편승해서 어떤 배우나 작품에 열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감성은 참으로 의외의 조합도 곧잘 한다.

 

연출된 사랑에 그레이스 켈리가 뽑히다

모나코는 경제적 파고를 스스로 넘을 재간이 없었다. 그럴만한 통치력이나 책임질 인사도 없었다. 허수아비일 뿐인 모나코의 왕은 아직 독신인데다 대를 이을 후사도 없으니 프랑스가 합병해버릴 좋은 기회가 아니랴. 이런 움직임이 오나시스에게 포착되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모나코에 공을 들인 오나시스로선 이 일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오나시스가 레니에 왕을 부추겼다. 이 난국을 면하자면 우선 왕비감을 찾아야 했다. 왕실의 위엄을 갖추되 부차적으로 관광객도 따라올 수 있는 여자여야 했다.

고심 끝에 오나시스는 “옳거니”하고 무릎을 쳤다. 미국 할리우드가 더없이 좋은 곳이다. 그 곳에서 잘나가는 여배우를 데려다 세기의 결혼으로 띄우고 말리라. 그래서 세계의 이목을 끌어다 프랑스의 모나코 합병바람을 간단히 잠재워야 한다. 그리고 모나코 왕국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을 고스란히 모나코 관광산업에 접목시킬 자연스럽고 환상적인 계획이 될 것으로 믿었다. 역시 빈손으로 세계의 대부호가 된 오나시스다운 구상이다.

그 시나리오의 왕비감에 미국의 여배우인 그레이스 켈리가 잡혔다. 인기 절정의 배우이면서 지적 우아함이 이보다 더 이상적인 왕비감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녀라면 충분히 세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보았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날리던 배우 중, 오드리 햅번은 영특하고 귀엽지만 어딘지 좀 가볍고 마릴린 먼로는 예쁘고 섹시하지만 왕실의 지적 우아함과 거리가 멀어 제외시켰다.

 

레니에 3세의 청혼을 수락하다

오나시스는 더욱 바빠졌다. 그레이스 켈리와 레니에 왕 사이를 오가며 그들의 데이트 각본을 짰다. 1954년 드디어 그레이스 켈리는 잡지에 실릴 화보를 찍는다며 모나코로 촬영차 방문을 한다. 그리고 우연인 것처럼 레니에 3세를 만난다. 오나시스의 시나리오와 연출은 기가 막히도록 훌륭하게 진행되었다. 그녀가 다녀가고 레니에 왕은 줄기차게 러브레터를 썼다. 대서양을 마구 건너갔다. 그 열정에 그녀는 그가 보낸 1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와 호화요트를 받아들였다. 그레이스 켈리가 청혼을 수락한 것이다.

은막의 여왕보다 모든 여자들이 선망하는 왕비라는 신분상승에 더 매력을 느꼈을까. 인기절정의 여배우가 그 화려함을 포기하고 왕궁에 들어앉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구나 주변에는 극성스럽게 청혼을 했던 스타 남자들도 넘쳤으니 말이다. 말년에 그녀는

“성공이나 명성도 서로 나눠 가질 상대가 없으면 허무할 뿐이다.”

라고 우회적으로 사랑에 대한 확인을 해주기도 했다.

 

은막의 여왕에서 모나코의 왕비로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비가 된 후, 미국인들의 모나코 여행이 몇 곱으로 증가했다. 자연스레 모나코가 세계적인 관심도시가 되면서 관광수입도 급증했다. 관광과 카지노로 사는 국민들은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엔 그녀의 자기관리도 한몫했다. 작은 나라지만 왕비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공주 둘과 왕자를 낳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머니며 아내가 되려고 노력했다. 가끔 영화계에서 러브 콜이 있었지만 그녀는 영화에 일절 미련을 두지 않았다. 공식 행사 외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게 왕실 생활에 충실했다. 이 철저한 자기관리가 바로 그녀의 인기 비결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뉴스가 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그녀의 헤어, 의상, 가방은 물론 장신구까지 일시에 전 세계 매체로 타전되는 판이었다. 예전에 그녀가 어느 유명 브랜드의 백을 든 것이 ‘그레이스 켈리’ 백으로 더 유명해져 지금도 여자들에겐 그 백이 불망의 전설로 남을 정도다.

 

해안도로에서 운명하다

니스와 모나코를 연결하는 그랑코니쉬 해안도로는 영화 ‘나는 결백하다’에서 캐리 그랜트와 그레이스 켈리가 위험한 질주를 벌이던 곳이다. 우연히도 그녀는 이 도로에서 53세를 일기로 급작스런 비보를 전했다. 1982년 9월14일 딸 스테파니가 몰던 승용차를 타고가다 차가 벼랑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로 사망했다.

엊그제, 그 스테파니 공주의 모습을 보았다. 자국의 프로축구를 관람하다 모나코로 진출한 우리 나라 박주영선수가 데뷔골을 넣자 '저 선수 멋지다'며 박수치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잠시 멍했다. 26년 전 사고차에 동승했지만 그레이스 켈리 왕비는 가고 스테파니 공주는 저리 무사하다니 그것도 운명인가.



지금도 모나코 항에는 미련스런 요트가 하나 떠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싸고 호화로운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가 소유했던 요트의 진풍경이다. 그의 치밀한 비즈니스 덕분에 현재 모나코는 탄탄한 관광도시로 잘살고 있다. 명배우의 고전영화를 보듯, 추억을 더듬어 찾는 이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문득, 지중해 너머로 붉게 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던 노년의 부부가 생각나 훌쩍 모나코로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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