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 독서신문
  • 승인 2008.09.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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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어느 눈먼 소년의 성장 이야기

▲ 알렉스 쿠소의 『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 독서신문
살면서 영혼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무리 삶이 불행하더라도 자신을 위해 기꺼이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미로는 무엇이든 머릿속으로 상상하길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지만, 결코 자신이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늘 길잡이가 되어 주는 개 볼로와 사랑하는 부모님, 바다를 닮은 순박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누구보다 좋아하고 따르는 팔뤼슈 할아버지가 있다. 오랜 세월 어부로 살아온 팔뤼슈 할아버지는 미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인생의 스승이다.

팔뤼슈 할아버지와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 옆집에 새로 이사 온 륀이라는 소녀에게서 느끼는 알싸한 첫사랑의 감정 등 잔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삶의 기쁨이 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시각 장애’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 미로의 시선은 발칙하리만큼 당당하고 자유롭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꿈꿀 수 있다고 믿는 미로의 모습은 타인과의 관계,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일의 의미를 깊숙이 들여다보게 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동·청소년 문학가인 저자는 마치 한 편의 시 같은 미로의 내밀한 독백을 통해 ‘사람을 자라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 준다.

『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과 소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십대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에 있다. 사실 ‘장애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의 분위기는 대개 침울하거나 슬프기 마련이다. 그리고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들과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 가볍고 경쾌하다.

“장애가 어쨌다는 거야? 난 그저 눈이 안 보일 뿐이라고!”라며 당당히 대꾸하는 주인공 미로의 모습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경계심 어린 시선과 고정관념을 무장 해제시킨다.

미로는 자신의 장애를 거부하거나 극복하려는 대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더 큰 삶의 의미를 알아 나가려 노력한다. 그것은 바로 타인, 더 나아가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이러한 미로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과 역경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 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알렉스 쿠소 지음 / 아이완 그림 / 윤정임 옮김 / 푸른숲 펴냄 / 152쪽 / 8,500원
 

/ 양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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