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가 지워버린 '암흑시대' 중세의 흔적을 통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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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화폭 속에 그려낸 세상의 모습을 ‘그림 읽기’를 통해 보여준다.
그림 속에 담긴 또 하나의 세계를 살펴보는 ‘그림으로 읽는 세상’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는 그림을 통해 중세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 예술서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는 인문학자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그림 읽기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가 인상파와 라파엘전파를 중심으로 파리와 런던에서 각각 서로 다르면서 같은 근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미학과 역사를 버무려 보여주고 있다면, 이번에 출간 된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는 중세인의 ‘죽음’과 ‘성애’에 대한 태도 변화를 중심으로 중세의 모습과 그것이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린 시절 자신을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중세를 알아야 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단언한다.
“우리가 유럽의 중세를 알아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놓은 유산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근대가 중세의 속박으로부터 인간이 해방된 사건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오늘날 이런 주장은 그렇게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세는 속박이었다기보다, 근대와 다른 세계였고 이런 까닭에 근대가 만들어놓은 다양한 문제점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라는 견해가 차츰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중세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이렇게 현실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 향수나 복고 취향 때문에 중세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중세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림을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거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중세시대의 그림은 중세시대의 모든 것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림들은 우리가 평소 몸담고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하나의 반성을 제공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문화계에 있어서 ‘암흑의 시대’라고 불리는 중세,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과연 그 때에 비해 ‘광명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이 책을 통해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
이택광 지음 / 아트북스 펴냄 / 328쪽 / 17,000원
/ 신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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