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문학관에서 만난 최명희
혼불문학관에서 만난 최명희
  • 이병헌
  • 승인 2008.08.29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병헌     ©독서신문
얼마 전 전주를 여행하면서 최명희 문학관을 들른 적이 있는데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 들은 것은 바로 혼불문학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 보지 못한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한 두 방울 내리는 가운데 찾아간 혼불문학관. 더위 속에서 돌아다니다가 왼팔에 땀띠가 돋은 것을 보면서 픽 웃고 말았다. 몇 년 전에 산에 다니다가 그 곳에 땀띠가 났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하면서 더위와 싸우다가 땀띠를 만들었으니 웃음이 나올 만 했다.

혼불문학관은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리 일대에 조성된 문학 시설로 다른 문학관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곳은 혼불문학관을 중심으로 문학 기행 코스를 개발하여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한다.

이 혼불문학관에서는 소설 『혼불』에 나타난 한국인의 정서와 사투리, 전통 생활 습관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관광객이 늘어서 요즘은 매년 50만여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혼불문학관은 소설 『혼불』의 배경인 남원시 사매면 노봉리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하여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2001년 8월에 기본 계획을 세우고, 2002년 11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004년에 공사가 마무리 되어 10월 20일에 혼불문학관을 개관하였으니 이제 4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문학관의 전체 부지는 5,000여평으로 혼불문학관, 관리 및 교육지원관, 주차장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혼불문학관 앞에는 연못을 만들어 놓았는데 각종 조형물들이 있어 보기에 좋았다. 마침 분수형태로 물이 하늘로 솟으니 더운 날씨를 식혀주고 있었다. 휴일을 맞아 주차장에는 수십 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있었는데 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가 되었다. 주위에는 각종 야생화 등을 심어놔서 경관을 더 아름답게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기리는 시비가 서 있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혼불문학관 내부의 전시 시설에는 디오라마 10점과 매직비전, 작가 최명희의 집필실 재현장과 인월댁 베짜기 체험 시설이 있었다. 디오라마 10점은 혼례식 장면, 강모 강실 소꿉놀이, 효원의 흡월, 청암부인 장례식 장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직비전은 캐릭터가 소설 『혼불』을 소개했다. 최명희 작가의 인간적인면 보다는 작품 『혼불』을 위주로 문학관을 구성하고 있었다.

문학관에 전시되어있는 육필원고를 보니 갑자기 뭉클해진다. 지금이야 거의 모든 작품을 컴퓨터를 이용해서 작성을 하게 되지만 소설가의 원고를 보면서 글자 하나하나에 작가의 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절대 새 원고지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원고지를 구입하면 몇 년 숙성시켜 사용한다고 한다. 조정래의 아리랑 문학관에서 보았던 그 치열한 작가정신을 그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작가는 모름지기 글을 쓰는데 심혈을 기울여 써 내려가야 좋은 작품을 낳는데 과연 나는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혼불문학관은 남원시 보절면 천황산과 성수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혼불문학관 뒤에는 노적봉이 굽어보고 있으며, 아래에는 노봉마을과 오수 둔덕리, 삼계석문이 보인다. 노봉마을에는 종가와 노봉서원이 있고, 마을 입구에는 서도역이 있었다.

사무실옆 ‘소원 담는 곳’에는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돌들이 무덤처럼 쌓여있었고, 정자에는 나무에 엮은 소원이 빛을 내고 있었다. 사랑방에는 잠시 쉬면서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있었으나 이용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문학관 정원의 여기저시에는 하얀색과 자줏빛 도라지가 꽃을 피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나비와 잠자리도 카메라 앵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로 문학관 아래는 소설의 배경지인 청호저수지가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문학관과 잘 어우러졌고 잠시 산책을 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여기저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 잠자리들의 비행, 짙은 초록빛 세상에서 빛나는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문학의 대표주자중의 한 명인 소설가 최명희의 미소가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있었다. 문학관에서 할 수 있는 독서는 바로 작가를 만나고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작품세계에 빠져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