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벽(장수현)
숨은 벽(장수현)
  • 홍윤기
  • 승인 2008.08.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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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대를 숨었다 했나

 
푸르른 창공의 한 점인 것을

누가 그대를 벽이라 했나

헤매던 눈앞의 문이던 것을

 
살포시 숨죽여

뭇 사람 오고감을 거부하는

절벽끝 연초록빛 작은 적송

 
나홀로 있고 싶어도


누군가 문 활짝 열어

번뇌 중생 망상 속

해탈의 번거러움 벗어나려


누가 그대를 숨었다 했나

 

[이해와 감상]


구도(求道)에의 삶의 의미 추구

 
▲ 장수현 시인     © 독서신문
일종의 불교적 구도(求道)의 진지한 삶의 천착을 시도하고 있는 빼어난 시편이다. 장수현 시인은 섬세하게 잘 다듬어진 시어의 세련미와 더불어 이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에게는 정서적인 안정된 공감도를 드높여 준다. 그것은 따져 볼 것도 없이 이 시는 이렇다할 테크닉(technic/기교)을 구사하고 있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이 시가 이미 내재시키고 있는 뚜렷한 콘텐츠가 담겨 있다. 그것은 곧 ‘기교 아닌 기교’라고 하는 고도의 표현 수법의 구사이다. 시인의 타고난 천부의 재질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기에 시는 발상(發想)의 언어적 미학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참다운 가치(素材)있는 시는 지금까지 다른 시인들이 전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제재(題材)거나 소재의 빛나는 이미지의 신선한 시작업을 전개하는 일이다. 그것은 곧 한국현대시를 발전 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시가 개성이며 독창성에서 벗어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시인에게서 이미 발표된 소재나 제재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시는 반드시 새로워야만 한다. 시가 새롭다는 것은 ‘숨은 벽’에서처럼 지금껏 남들이 발상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일이다. 일찍이 영국 시인 엘리옷(t.s eliot, 1888~1965)은 시창작의 현장을 ‘작업장’으로 비유하면서, 동시에 시비평 방법으로서의, ‘워크샵 크리티시즘’(workshop criticism/작업장 비평)을 주창(主唱)했다. 그것은 타성적이며 진부하고 고루한 종래의 낡은 시작(詩作) 행위를 탈피하여 참신한 새로운 시의 경지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엘리옷의 신고전주의(新古典主義) 문학론의 전개 과정에서 등장한 방법론이기도 했다. 소재(素材)가 낡았다하여 작품의 내용이 낡은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제재(題材)를 가지고 얼마나 새롭게 쓰느냐하는 것에 그 시인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우리에게도 ‘온고지신’이라는 훌륭한 가르침이 있거니와 시인이 다루는 소재가 옛날 것이라는 데에 결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 것들을 가지고 얼마나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느냐 하는데서 그 시인의 뛰어난 표현력이며 역량이 평가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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