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인간의 이중성을 비웃다
블록버스터의 한계를 넘어선 故히스 레저의 유작
블록버스터의 한계를 넘어선 故히스 레저의 유작
최고의 악당이 나타났다.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무단히도 애를 쓰고 있는 ‘배트맨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조커’(히스 레저 분) 등장으로 역대 최고의 배트맨을 만들어냈다.
감히 최고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이번 <다크 나이트>는 볼거리로 무장하기 마련인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최고의 시각효과와 완벽한 심리게임, 그리고 가볍게 치부하기엔 철학적인 내용까지 담아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교활한 싸이코패스이자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감독은 조커의 기원을 설명하지 않고, 단지 은행을 터는 모습으로 첫 등장시킨다. 치밀한 계획 속에 은행을 털며 유유히 도망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지 잘 드러낸다.
히스 레저가 올해 1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을 때 ‘조커’라는 캐릭터가 레저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말들이 돌았다. 워낙 불안한 심리를 묘사해야하는 캐릭터였기에 광기어린 조커를 연기하면서 엄청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뇌 때문인지 그의 연기는 유작이 되어버린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고정되지 않은 시선처리와 혀를 낼름거리며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은 그가 조커라는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음을 보여준다.
감독은 조커를 이용해 관객과의 치밀한 심리게임을 이어간다. imax 카메라를 이용하고 완벽한 cg를 이용하면서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관객들은 놀라운 효과에 감탄사만을 남발할 뿐 시각적 효과에 스크린으로 빨려들어가진 않는다. 그 이유는 완벽한 각본 속에서 조커와 배트맨의 추리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크 나이트>는 인간의 이중성을 이야기 한다. 낮에는 세계 최고 기업의 ceo로 활동하지만 밤이 되면 고담시를 지키는 배트맨이 되어 범죄를 소탕하는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 분)은 이러한 이중성의 대표적인 캐릭터이며, 도시의 범죄를 없애는 영웅이지만 철저히 시민들한테 배척당하며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이중성의 표상이다.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비판하기 위해 등장시킨 캐릭터가 바로 조커다. 조커는 자신을 증오하지만 죽이지는 못하는 배트맨을 비웃으며, 시민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마피아와 연루되어 있는 공권력들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또한 병원을 폭파하는 과정이나 선상 폭파를 준비하는 과정 등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다른 모습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초대형급 블록버스터 안 곳곳에 이러한 철학적 요소들을 완벽하게 배치해냈다. ‘투페이스’라는 별칭으로 하비 덴트(애론 애커하트 분)를 등장시키는 것은 관객들이 ‘이중성’이라는 느낌을 받게하기 위한 감독의 친절한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완벽한 완성도에 의해 미국내에서만 4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한다는 <다크 나이트>. 기존의 히어로 액션 매니아와 더불어,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 그리고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점이 작용해 과연 우리나라에서 얼마나의 흥행성적을 거둘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작품이다.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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