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관련 독서모임 『스토리아트』
장애관련 독서모임 『스토리아트』
  • 관리자
  • 승인 2006.07.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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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다은의 독사⑥

김다은의 독사: 막상 책을 읽고 싶은데, 책 선정에서부터 독서과정 자체가 캄캄한 경우가 있다. 김다은의 독사는 이미 책 읽는 재미와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다양한 독서모임을 소개하여, 새로운 독사문화의 길잡이가 되고자 만들어진 칼럼이다. 
 

               장애 관련 독서모임: 스토리아트


 교수와 대학원생, 학부생이 함께 하는 독서모임
  10여 년 전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면 웬만해선 취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젠 대학 교수도 학생들의 능력 개발과 취업 문제에 최대한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 스토리아트를 이끌고 있는 정창권 고려대 초빙교수

지난 2005년 10월 2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홍릉공원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조촐한 발대식을 갖고 있었다. 고려대학교의 정창권 초빙교수를 비롯해서 윤종선·여봉수·최미란 등의 대학원생, 명영호·김병욱·신동혁·박정화·민송림·한윤혜·손보라·김민주 등의 학부생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정창권 초빙교수는《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2003), 《향랑, 산유화로 지다》(2004),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2005),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2006) 등 굵직한 인문서를 계속 써왔고, 윤종선 여봉수는 《호잇! 고구려》(2004)란 역사학습만화를 펴냈으며, 김민주는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얼마 전에 《뛰어라 내 다리야! 이 세상 끝까지》(2006)라는 책을 낸 적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스토리아트’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이었는데, 스토리아트(storyart)란 문자와 이미지를 결합시킨 예술 형태로, 디지털 시대의 문화적 특성과 잘 부합하는 명칭이었다. 그들이 모인 목적은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엔 장애 인구가 75만 명에 육박하고, 또 각종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후천적인 장애를 겪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컨텐츠)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독서모임 ‘스토리아트’이다.

 

 장애 관련 테마 독서
 각종 장애관련 컨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모인 그들은, 총 3차에 걸쳐 독서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1차는 <장애컨텐츠 안내서> 출간으로, 지금까지 국내외에 나와 있는 도서(인문서?문학?동화?만화 등)나 방송(드라마?교양 프로그램), 영화 등 여러 장애컨텐츠를, 시각·청각·정신·지체·뇌성마비 등 유형별로 모아 소개함으로써, 누구든지 쉽게 장애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2차는 <장애관련 문헌정보집> 편찬으로, 상고시대에서 근대 사회까지 장애와 관련된 모든 문헌이나 시각자료를 수집하여, 출처와 본문(원문 포함) 및 해제를 붙인 다음, 시대별로 묶어서 책으로 펴내는 것이었다.

 3차는 본격적인 장애관련 컨텐츠 개발로, 우선 ‘한국의 장애위인전’이란 어린이책(동화)을 시리즈로 제작하여 각급 학교에 배포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할 예정이었다. 또한 스토리집이나 시나리오 등 원소스 형태로 가공하여 장애관련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이처럼 그들은 ‘장애’라는 테마가 있는 스터디를 진행했고, 단지 독서 토론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로 만들어 사회에 내놓는 단계까지 나가고자 하였다. 

 

 

▲ 스토리아트 발대식 및 스터디 장면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만나
 이후로 그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만나 스터디를 진행했다. 연락은 부회장이 거의 전담해서 했는데, 주로 이메일과 핸드폰을 이용했다. 그리고 스터디 방식은, 우선 해당 컨텐츠를 감상한 뒤, 정해진 발제자가 미리 준비해온 발표문을 읽고 모두 함께 토론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그와 함께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일대에 있는 내시 무덤군을 현지 답사하거나, ebs 희망풍경의 촬영에 임하기도 하였다.

 물론 스터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이 따랐다. 우선 장소 문제로, 처음엔 멀티미디어 시설이 구비되어 있는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지원실을 빌려 쓰다가, 요즘엔 그것조차 여의치 않아 동대학 4.18기념관 지하 세미나실을 매번 주 단위로 빌려 쓰고 있다. 다음은 회원 관리로, 아직 과정 중에 있는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많은 관계로 스터디 참석에 부침이 심하였다.

 시험이나 자기 공부에 열중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이 모임엔 소홀하기 쉬웠고, 뜻이 맞지 않거나 졸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또 아직 뿌리가 내리지 않는 단계라 스터디의 진행에도 미숙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요즘엔 예전부터 함께 해온 ‘고려사’ 회원들을 주축으로 어렵게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실 이 모임은 2001년 12월에 출범한 ‘고려사 스터디’로부터 유래한 것이었다.

 당시에도 정창권 선생을 주축으로 대학원, 학부생이 함께 참여하여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주로 《고려사(高麗史)》를 강독하면서 문화인류학이나 고고학 등 각종 문화관련 도서들을 읽고 토론하였다. 그리고 2002년 여름방학 때는 중국 동북부의 고구려 유적지 등을 현지 답사했고, 그것을 토대로 2004년엔 역사학습만화 《호잇! 고구려》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2004년 여름부터는 제주의 여자 거상 김만덕을 소재로 본격적인 컨텐츠 개발을 시도해보기도 하였다. 1차 원소스집(단행본)을 출간한 후, 2차 멀티유즈화(동화·학습만화·사이버전시·드라마)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회원 개개인의 능력이나 열정의 차이로 인해 결국 실패하였고, 나중엔 대표자 혼자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현재 스토리아트는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모임 장소는 둘째로 치더라도, 회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1차 <장애컨텐츠 안내서>는 수정 작업 후 출판만 앞두고 있고, 2차·3차는 대표자가 자비를 내놓으면서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에 상관없이 모두가 한 인간으로서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남은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끝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은 정창권(이메일: myjin55@hanmail.net)께 연락하면 된다.

▲ 김다은(추계예술대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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